현대자동차 첫 양산형 배터리전기차(BEV) `아이오닉 일렉트릭` 차량 일부에서 경사면 10도 안팎 언덕길을 주행할 때 차가 제자리에서 헛바퀴만 돌고 오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현대차는 원인 파악 후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6일 아이오닉 일렉트릭 이용자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주차장 입구 등 급경사에서 바퀴가 헛도는 `슬립`(Slip)` 현상이 수차례 발생했다. 또 이런 현상은 좌우측 도로면 높이가 불규칙한 도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올해 초 출시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 발생했던 언덕길 정차 시 차가 뒤로 밀리는 심각한 결함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국내 인도 물량이 절반가량 남은 상황이고 해외 출시를 앞둔 상황에 초기 시장 이미지를 헤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운전자 최석준 씨는 “아이오닉 전기차를 인도받은 지 일주일도 안돼서 골목 주행 중에 급경사나 도로면이 불규칙한 도로에서 앞바퀴가 헛도는 현상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며 “운전경력 10년이 됐지만 경사면 10도 정도 골목길이나 도로를 만나면 우회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후 본지가 입수한 다수의 영상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확인됐다. 국내 한 자동차 전문가와 함께 한 아이오닉 일렉트릭 시운전에서도 슬립 현상이 발생했다.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타이어의 마찰 문제나 과도한 액셀러레이터의 문제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영석 법안전융합연구소 결함분석위원은 “현대차가 연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저마찰 타이어를 쓴 데다 액셀러레이터가 과도할 정도로 민감하게 설정돼 슬립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파워·노말·에코 등 운전모드별 액셀러레이터 응답성을 개선하는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코모드시 시속 20㎞ 이하 속도에서 초기 반응을 20%가량 낮춘 새 모드를 추가하고 노말모드 가속페달 응답성을 지금보다 약하게, 파워모드도 노말모드와 중간 정도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회생제동장치도 지금 3단계에서 4단계로 늘려, 제동성능을 개선하는 것도 해법으로 언급된다.
현대차는 자체 원인 파악에 들어갔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물론, 다른 전기차 모델도 확보해 언덕길 주행 시험을 진행해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언덕길에서 헛바퀴가 도는 현상이 아이오닉 일렉트릭에게만 발생하는지, 전기차 고유 특성의 문제인지 실험을 통해 파악할 것”이라며 “고객 대응팀에도 이 같은 문제가 접수된 만큼 문제가 파악되는 대로 빠른 시일 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3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언덕을 오르다가 정지 후 다시 재주행할 때 뒤로 밀리는 오작동이 발생했다는 피해를 접수해 무상수리를 실시한 바 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