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이 SW 산업 전반에 긍정 효과를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는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영세기업 간 인식 차이가 컸다.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이 최근 소속 101개 조합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조합사와 발주 기관 대상 인터뷰도 진행됐다. SW산업진흥법 시행 후 대·중·소 정보기술(IT) 기업을 비교 조사한 사례는 드물었다. 관련 정책 수립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중견기업 매출 늘고, 영업이익은 줄었다
SW산업진흥법 개정 이후 대기업 매출은 줄고 중견·중소기업 매출은 늘었다.
대기업 매출은 `크게 줄었다`와 `약간 줄었다`를 합치면 44%다. `변동이 없다` `약간 늘었다` `크게 늘었다`를 합한 34%보다 높다. 기업 규모별로 보는 시각이 다르다. 중견·중소기업은 대기업 매출에 변동이 없다고 본다.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변동이 없다`가 36%로 `크게 줄었다`(7%), `약간 줄었다`(29%)보다 높다. 대기업은 SW산업진흥법 개정 이후 계열사 사업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중견기업의 매출은 늘었다. `약간 늘었다` 20%, `크게 늘었다` 35%로 절반을 넘는다. 줄었다는 답변은 4%에 불과하다. 반면에 영업이익률은 `줄었다`가 31%로 나타났다.
SW산업진흥법 시행 이후 중견 IT서비스 기업이 무리한 공공 시장 공략으로 매출은 높였지만 영업이익률은 없거나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시장공략 방향을 전환했다.
중소기업이 SW산업진흥법 최대 수혜자다.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늘었다`가 각 49%다. 대기업 참여 제한이 이뤄지면서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이 넓어졌다.
SW산업진흥법이 중소기업 생존에 영향을 미쳤다. `어느 정도 영향 있음` 64%, `영향력이 매우 큼` 23%로 영향이 있었다가 87%였다. 규모별로는 영세기업보다 중기업이 긍정이었다. 업종별로는 패키지SW 기업보다 IT서비스 기업이 긍정이었다. SW산업진흥법 개정 이후 시장에서 안정된 위치에 있는 업체가 수혜를 봤다. 법 개정이 주로 시스템통합(SI)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발주처 관계 등 시장 개선 효과
발주처와 사업체 간 관계 개선에 긍정 영향을 미쳤다. `약간 개선됨`과 `크게 개선됨`이 81%로 `전혀 영향 없음` 16%보다 4배 높았다. 과거 사업 수행 관계가 발주 기관과 대기업 간 관계로 중소기업 상당수가 소외된 반면에 SW산업진흥법 시행 이후에는 직접 관계로 변화됐다. 영세기업일수록 발주 기관과 관계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원청 기업과 하도급 기업 간 관계도 개선됐다. SW 분할 발주, 재하도급 금지 등 SW산업진흥법에 담은 제도가 원청·하청 업체 간 관계를 개선시켰다. 76%가 `약간 개선됨`과 `크게 개선됨`에 답했다. 소기업과 IT서비스 기업은 원청 기업과 하도급 기업 간 개선 정도가 크지 않다고 답했다.
소기업은 SW산업진흥법 시행 이후에도 하청업체다. △대기업 참여 제한 △SW 분할 발주 △하자담보책임기간 명시 △발주처 제안요청서(RFP) 상세화 등 제도에 긍정 평가를 줬다.
공공정보화 시장 참여 기업의 연구개발(R&D) 활동도 증가했다. `어느 정도 증가됨` 61%로 다수 기업이 R&D 활동을 늘렸다. `대폭 늘렸다`는 1%에 불과, R&D 활동 증가폭은 제한된 것으로 나타났다. R&D 증가율은 중견기업으로 갈수록 컸다.
◇민간시장 진출 기여…해외 진출은 `글쎄`
SW산업진흥법 개정 이후 공공정보화 참여 업종이 다양해졌다는 데에는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다. `보통이다`가 41%로 가장 높았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 신기술 사업이 발주되지만 참여자는 대형·중견 IT서비스 기업이다. IT서비스 기업은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패키지SW 기업은 대체로 다양한 신사업에 참여했다.
기업 이미지를 제고시켰다는 부분은 56%가 긍정 반응을 보였다. 중견기업일수록 긍정 비율이 높다. 공공 사업 참여 확대로 구축 사례를 늘렸다. 언론 노출 빈도도 늘었다.
민간 시장 진출 기여에서는 절반이 기여한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하다. 특히 패키지SW 기업이 긍정 반응을 보였다. 패키지SW 기업은 공공 공급 사례를 확보, 금융 등 민간 시장에 진출한다. IT서비스 시장은 그룹 계열사가 수행하는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이다.
해외 시장 진출에서는 다소 비적극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시장 진출에 기여했냐는 질문에 2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보통이다`가 48%, `그렇지 않다`가 24%였다. 공공정보화 공급 사례만으로 해외 시장 진출은 쉽지 않다는 증거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병준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8일 “조사 결과 SW산업진흥법 내 대기업의 공공 사업 참여 제한 등 제도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면 중소기업과 갈등이 빚어진다”면서 “앞으로 법 재개정 때 조사 내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