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위대한 국민의 자부심을 잃어서는 안된다.

요즘 내게 멘토링을 받는 스타트업 기업인과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자존감을 잃었다” “창피하다”, 심지어 “아무것도 하기 싫다”라고 말을 한다. 유례없이 어수선한 정국 때문일 것이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 동국대 청년기업가센터 교수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 동국대 청년기업가센터 교수

더 걱정되는 것은 이 혼돈이 경제 위기 국면에서 불거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큰 축인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고, 경제의 큰 암초인 조선 산업의 구조조정 이슈도 결국 1년의 시간만 낭비하고 어떠한 해결 방향을 제시해 주지 못했다.

가계부채는 증가하고 적금통장을 깨는 집들은 늘어나고 있으며, 청년 실업률은 유례없이 심각하다. 필자는 어수선한 정국보다 그 뒤에 기다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 위기가 더 두렵다.

대기업들이 이전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위기 극복의 힘은 다른 곳에서 나와야 한다. 중소기업인과 스타트업 기업인, 그리고 많은 소상공인과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의 힘으로 향후 닥칠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사실 두렵지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우리 민족은 이보다 더 큰 위기를 국민의 힘으로 늘 이겨 왔다.

요즘 필자는 우리 회사가 현지 법인을 만든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 자주 방문하는데 방문 때마다 느끼는 이상한 점이 있다.

모든 차량의 번호판에 `노(魯)`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것이다. 같은 글씨를 모든 차량 번호판에 쓰는 것이 신기해서 왜 차량 번호판에 `노`라고 붙이는지 물었더니 이전에 산둥성이 `노` 나라였기 때문인데 이를 기리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사실 중국은 한족이 많다고 하지만 한족 자체가 여러 민족이 융합된 것이다. 심지어 중국을 정복했던 `청`나라의 여진족마저도 한족에 융합이 되었으니 `노`나라 였던 산둥성의 옛 민족이 한족과 융합돼 중국의 일부가 된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민족도 차량 번호판에 `고려`라고만 붙인 옛 민족과 나라가 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우리나라가 민족과 나라를 유지할 수 있게 된 힘은 특정 왕조와 정치 세력의 힘이 아니었다. 바로 국민의 힘이었다.

조선시대에서도 임진왜란 때 왕이 수도를 버리고 중국까지 도망갈 생각을 하는 와중이었지만 국민들이 곳곳에서 의병을 일으켜 왜군과 싸웠다. 불과 110여년 전에 1만 동학 농민군은 왕의 정치에 불만을 품고 한양으로 진군하다가 일본군의 침략 소식을 듣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곧바로 일본군 쪽으로 발을 돌려서 그들을 맞아 싸우다가 단 하루 만에 1만명 전원이 학살당하기도 했다.

그뿐인가. 왕조의 마지막에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이라는 정치인이 있은 반면에 35년 동안 민족의 이름으로 소리 없이 독립운동을 하며 죽어 간 독립운동가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우리 국민은 늘 역사 속에서 위대했고, 나라와 민족을 지켜 왔다. 정치는 일류가 아닐지 몰라도 우리 국민은 일류 국민으로서 역사 속에서 자부심을 가질 만하며, 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작금의 사태에 마음이 힘들지 않은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70년이 넘은 대한민국의 국가 시스템 자정 능력을 신뢰하고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무관심하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직시하되 미래를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세계 속 대한민국의 신뢰는 떨어졌고, 그로 인해 경제 위기 가능성은 더 짙어졌다. 앞으로 경제 위기가 닥친다면 정부도 대기업들도 이겨 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결국 이겨 낼 수 있는 힘은 새로운 시스템에서 나온 새로운 대한민국의 먹거리들일 것이다.

중소기업인과 스타트업 기업인,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야만 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작더라도 세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역할을 해내는 것이 지금 우리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이다. 위대한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잃지 말고 어느 때보다 다 한 몸으로 뭉치고 깨어 있자.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 동국대 청년기업가센터 교수 glory@cntt.co.kr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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