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본 욕망 가운데 하나인 `하늘을 날겠다`라는 생각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2000년대 후반부터는 사람이 직접 타지 않고도 그 욕망을 이루겠다는 신념으로 만들어진 무인항공기, 이른바 `드론`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최근 해외는 물론 국내 정부에서부터 기업, 개인에 이르기까지 초미의 관심사가 된 드론의 현재와 미래를 취재했다.
드론은 무선전파의 유도로 비행하는 무인항공기(UAV)를 일컫는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낡은 유인기들을 공군 전투기나 육군의 고사포, 미사일의 연습 사격을 위한 표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무인기로 개조해 나가게 된 것이 개발의 시초다.
이후 적외선·레이저 등 원격 탐지 장치와 위성항법장치(GPS) 등을 장착하고 정찰, 요격 등의 임무를 띤 군사용 무기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인건비 절감과 공간 이동이 자유롭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민간 차원에서 연구가 진행되면서 정보기술(IT)·유통·방송 등 업종 기업들이 활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또 대량 양산 체계를 바탕으로 한 가격 절감이 이뤄지면서 개인 영역에까지 보급되고 있다.
2014년 6조원대에 이르던 전 세계 드론 시장이 2015년에는 7조원대로 늘어났다. 오는 2023년에는 15조원 규모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성장세에 맞춰 각 국가는 드론 시대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5년 기준 4억5000만달러(약 5148억원) 규모의 투자와 각종 공제 혜택 등으로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기기 생산 분야 못지않게 데이터 처리 및 서비스 분야에 투자를 늘리면서 스카이캐치(우버형 드론 중개서비스) 등을 탄생시켰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세계 굴지의 IT·유통 기업들은 배송 시스템과 무선인터넷 서비스 분야의 기술 개발에 드론을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드론 전용 공항 건설에 3300만달러(366억원)의 비용을 지출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2015년 기준 16억엔(약 175억원)의 자체 시장 규모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180억엔(1970억원) 정도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은 보안·시설물 감시 분야 중심으로 드론 기술을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일본 정부 주도로 공공 공사 때 드론 활용을 의무화하는 계획에 진행되고 있다. 또 파나소닉(카메라 기술 및 보안용 드론 검지시스템), 소니(건설 현장 측량), 도시바(전력 설비 점검), 라쿠텐(드론 배송 서비스), 얀마(농작물 분석), 구보타(농약살포용 드론개발) 등은 드론 사용 지수를 높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드론이 `제조2025 정책`의 중점 육성 산업으로 분류된 이후 막강한 지원이 이어지면서 `드론 제조의 최선진국`으로 불릴 만큼 매우 활성화돼 있다. 특히 `드론계의 애플`로 불리는 다창커지(DJI)와 XIRO, XAIRCRAFT 등 세계 드론 시장의 10대 기업 다수가 모두 중국 업체인 것은 물론 2015년 기준 내수 드론 판매액 23억3000만위안(약 3928억원), 수출액 5억1500만달러(5891억원) 등 엄청난 성장세를 자랑한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30~40대 남성 회원 중심의 개인동호회 단위 조직 차원에서 여가 활동으로서의 드론 활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방과 후 활동이나 자유학기제 도입 등에 따라 초·중학생들의 드론 활용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중 성격의 드론 활용은 소규모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전부다.
물론 공연장이나 TV 프로그램에서 쓰이는 방송장비용 드론과 각 지방자치단체나 기업들이 주최하는 드론레이싱 등 여러 형태로 드론이 활용되고 있지만 실제 개인들이 비행하는 데에는 관련 제도의 합리성이나 일반인의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신규 분야인 드론을 위한 명확하고 적절한 규제의 정립 및 홍보가 부족한 것과 함께 드론 비행 안전성을 이유로 법 허가 절차를 너무 까다롭게 진행하는 탓에 민간 차원에서 드론 활용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현재 국내 드론 비행 가능 및 허가 필요 지역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Ready to fly`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군부대·휴전선 부근 등의 제한·금지 구역을 비행할 때는 국방부(항공촬영 문의), 서울·부산·제주지방항공청(관제권), 각급 군부대 등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비행장 주변 9.3㎞ 관제권 이내이거나 고도 150m 이상 비행 때는 추가 승인이 필요하다.
드론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국가 안전 보호를 위해 마련된 조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허가를 위한 절차나 시간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어 취미로 드론 비행을 즐기려는 개인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등 저변 확대를 방해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모든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드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에도 단순한 이유로 민원 제기를 하면 그 즉시 비행금지구역이 되는 등 제재 조건이 많다는 것도 활성화 장애 요소로 꼽힌다.
국내 최대 드론 동호회인 `드론플레이`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국내 드론 인구는 최대 20만 명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10만원 미만의 완구류에서부터 수백만원대 전문가형까지 다양한 드론이 대중과 접할 수 있는 환경임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탓에 빚어진 결과다.
신경승 드론플레이 운영자는 “보통 드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집 앞에서 언제든 쉽게 드론을 날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드론 비행에 필요한 허가를 받는 기준도 굉장히 까다롭다”면서 “드론이 안전 지역에서 비행하고 있다 하더라도 드론을 멀리서 본 사람들이 눈에 거슬린다며 민원을 제기하면 그곳에서는 드론 비행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신씨는 “현재 1000억원대에 불과한 국내 드론 시장에서는 산업용 드론 개발이나 특화 지역 개발보다 드론 인구와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점차 발전하고 있는 세계 드론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체 생산 관련 산업이 아니라 드론 교육이나 부가 서비스 개발 등에 중점을 두고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홍보를 병행하는 형태로 드론 사업을 진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석종 한국드론산업협회 회장은 “교육용으로 편입된 드론이 점차 부모 세대에까지 확산되면서 세대 간 공감대를 일으킬 수 있는 매개체로 쓰이고 있지만 실제 드론 인구로 편입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입시나 취업 등에 골몰하게 되면서 당장의 목표와는 거리가 있는 드론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세대를 초월해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드론 비행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산업으로의 발전은 그 이후에나 가능한 문제”라고 역설했다. 그는 “기체나 산업용 드론은 중국이 이미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어서 신규 진입에는 장벽이 높다”면서 “우리나라는 추가 부착 카메라나 센서 등 헤이로드(드론 부착 부가부품)를 비롯해 통신, 사물인터넷(IoT), 구동 소프트웨어(SW)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 5월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드론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사업 범위 확대(기존 `농업·촬영·관측`에 국한→`국민안전·안보를 저해하는 경우를 제외한 전 분야`) △수도권 전용 비행 구역 22곳 추가 △기체 검사 면제 범위 확대(12㎏→25㎏ 증가) △드론 교육 기관 설립 요건 완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업계 일각에서는 “기체 검사 면제 범위 확대와 교육 기관 설립 요건 완화는 안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