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고깃국 맛을 내는 양념 같은 존재다. 우리가 몰랐을 뿐 이미 오래 전부터 연구돼 왔고 실제 생활에 두루 쓰이고 있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은 판교테크노밸리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14차 판교 글로벌 CTO클럽 조찬회에서 “인공지능은 어려운 분야가 아니다. 우리 생활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자동차라는 맹탕 고깃국에 음성인식 내비게이션이라는 양념을 치면 스마트카로 변신, 운전을 즐겁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가져다줄 혜택은 2018년 본격화된다. 현재는 전체 소프트웨어 중 1%에만 인공지능이 적용돼 있지만 2018년 50%, 2019년 100%로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김 원장은 “인공지능은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과 결합된다”며 “딥러닝과 빅데이터 기술이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이 가져다줄 미래 청사진에 대해서는 “로봇이 대신 일하고 돈을 벌어주기 때문에 인간은 문화, 예술, 과학기술 분야에 심취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서 “적어도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예상했다.
그는 또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평형수 문제가 꼽히는데, 만약 평형수가 맞지 않으면 배가 출발할 수 없도록 하는 센서가 장착됐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은 활용하기에 따라 우리 사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시대에 걸맞은 시장체제 등장도 예고된다. 다양한 아이디어나 솔루션을 갖춘 국가와 개인이 주목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원장은 이를 `솔루션 자본주의`라고 명명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지식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 머지않아 열릴 것”이라며 “벌써 간단한 아이디어가 큰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밋빛 청사진 뒤에는 학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인공지능은 1950년대 기본 개념이 정립됐고 이후 계속 발전해왔다. 올 초 알파고 영향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지만 5년 전 IMB 왓슨이 퀴즈 대회에서 인간을 제치고 1등을 차지, 먼저 파란을 일으켰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다른 국가보다 뒤늦게 관심을 보인 셈이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설계한 알고리즘에 맞춰 행동한다. 아직 스스로 사람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어떤 알고리즘을 입히느냐에 따라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창조적 생각을 기반으로 예상치 못한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당장 전문직 분야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알파고는 고수들이 둔 기보(棋譜) 16만건을 학습해 이세돌과 대국을 진행했다. 지금은 다른 컴퓨터 프로그램들과 하루 3000만 번씩 겨뤄 실력을 쌓고 있다. 이 같은 학습 속도를 사람이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 원장은 “알파고 바둑 수조차 못 읽는 게 사람 능력”이라며 전문가 수난 시대가 올 수밖에 없다”고 점쳤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상태다. 미국 스탠퍼드대 공대는 학생 44%가 쓸 수 있는 컴퓨터가 마련돼 있는 반면에 서울대 공대는 7% 수준에 그친다. 소프트웨어 설계를 할 수 있는 대학생 숫자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컴퓨터를 제대로 못 다루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김 원장은 “소프트웨어 시장은 1등이 독식하는 구조”라며 “그만큼 창의력을 길러주는 교육과 컴퓨터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인공지능 시대를 앞서갈 수 있는 열쇠”라면서 “먼저 큰 그림을 그린 뒤 교육과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