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요청한 국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에 대한 정부 결정이 임박했다. 공간정보산업업계 중심으로 국내 영향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 관리 방안과 절차, 산업별 영향과 대응방안, 융·복합 산업 활성화 등을 포함한 종합·객관적 평가 기반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정책 결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책임감 있는 자세도 요구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23일까지 구글에 국내 지도데이터 반출을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8월 24일 결정을 유보한 뒤 두 번째 심의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과 관계부처로 구성된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가 반출 허용 여부를 논의한다.
구글은 2007년부터 수차례 국내 지도 반출을 요구했다. 현재까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시 산업계가 받는 객관적 영향 평가와 대응방안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지도 데이터는 공간정보산업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SW), 관광, 자동차, 전자기기 등 지도와 관련된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업계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조사하는 게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담당 부처별로 구체적 통계지표 산출과 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 다른 산업과 융·복합, 글로벌, 모바일화를 촉진하는 국내 산업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초정밀 지도는 다른 분야와 융합해 혁신을 일으키는 4차 산업혁명 밑거름으로 평가받는다. 지도 데이터가 정밀할수록 자율주행차, 드론 등 추가로 창출되는 산업도 확대된다. 다양한 위치 기반 SW, 애플리케이션도 개발된다. 지도 구축 수준이 낮으면 다른 기술력이 좋아도 상용화 테스트가 어렵다. 한국은 전국 5000 대 1 축적 지도 데이터를 구축한 드문 사례다. 건물·도로명·주소 등 상세정보(POI)도 확보했다. 시가지는 1000분의 1 수준까지 완료했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산업 대표는 “정량·정성적 평가 분석 없이 감으로만 일국의 정책을 논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지금 반출이 허용된다면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병욱 한국측량학회 회장은 “지도 데이터 반출은 국내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반출 찬성 측은 반대로 연계 산업 활성화 효과를 주장하는 만큼 정책 결정 전에 명확한 영향 평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온오프라인연계(O2O)서비스업계에서는 해외용 서비스 개발 등을 위해 지도데이터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해외에 나간 지도 데이터 등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구체적 법·제도 절차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된다. 구글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업체의 반출 요구가 나올 상황까지 고려한 표준 절차를 마련해 국민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까다로운 보안 심사를 거치는 국내 업체에게 역차별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공간정보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가 해외로 데이터를 갖고 나가면 국내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관리 절차가 없는 상황에서 데이터 반출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정부가 구글 지도 반출 결정 과정에서 일정과 협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지도 데이터는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만큼 신중하고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 김 대표는 “국민적 중요성과 관심 많은 이슈인데 논의 과정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면서 “결정을 미루면서까지 재논의하는 것은 특혜”라고 주장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