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통장, 주민등록증, 공인인증서 없이도 생체를 이용해 여러 금융 기관에서의 거래가 가능해진다. 지문·홍채·정맥 등 생체 정보를 금융사와 금융결제원 두 곳에 나눠서 보관, 보안성도 한층 강화된다.
28일 한국은행과 시중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참여한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는 `바이오(생체)정보 분산관리 표준`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표준안에 따르면 개인 고객 지문, 정맥, 홍채 등 바이오 정보를 두 곳으로 분할해 거래 금융사와 금융결제원 분산관리센터에 별도 보관한다.
바이오 정보 분산관리센터는 개인 생체정보를 제3 기관에 원격으로 보관하기 위한 것이다.
고객 생체 정보를 분할해 한 조각은 금융 기관 서버나 스마트폰 등 개인 단말기에 보관하고 나머지 조각은 별도의 인증센터에 보관하다가 개별 금융거래 시 생체 정보 조각을 결합, 인증한다.
삼성페이 지문인증 방식과 유사하다.
금융사 단독으로 고객 인증이 불가능, 이에 따라 프라이버시 침해 및 정보 남용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바이오 정보를 2개로 분할하면서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 한쪽이 유출되더라도 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바이오인증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금융사와 분산관리센터 메시지 교환 절차만 표준화하는 것으로, 금융사는 자체 경쟁력이 있는 다양한 생체인증 기술 개발에 지장이 없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사나 분산관리센터가 보유한 바이오 정보 조각만으로는 고객의 바이오 정보를 유추할 수 없다”면서 “해당 조각 정보가 유출되더라도 이 정보만으로는 금융 거래 때 인증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정보 분산관리 표준안`이 금융권에 정착되면 개인 인증 수단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생체 인증을 통한 금융 거래 방식이 대중화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은행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할 때 홍채·정맥·지문 등 신체 일부를 센서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 계좌 이체, 송금, 예금 지급, 잔액 조회 등이 가능해진다. 또 생체 정보 등록 한 번으로 서로 다른 은행을 호환해 이용할 수 있어 핀테크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생체인증 시장은 올해 약 96억달러(약 10조8000억 원)에서 2019년 150억달러(17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도 연간 2억6000만달러(3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 업체 IDC는 2020년이면 전체 모바일 기기의 절반이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체인증 기술을 이용하면 각종 금융 서비스 인증, 대면 거래 소요 시간이 줄어든다. 또 표준 제정으로 연동되지 않던 금융사의 인증을 일원화할 수 있다. 지금은 A은행과 B은행이 똑같이 홍채 정보를 인식하는 ATM을 운영해도 고객은 각 은행의 홍채 등록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 대면 방식으로 시행되던 실명 확인에서 복수 비대면 방식을 허용한 바 있다. 분할된 바이오 정보를 수집·등록하는 금융결제원 분산관리센터는 연내 구축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연내 분산관리센터를 활용할 금융기관을 모집하고 센터 시범 운영을 마친 뒤 내년부터 바이오인증 서비스를 본격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