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주요 역할을 해 온 이민자들이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실리콘밸리를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국 기술(Tech) 산업에서 임시 비자로 일하는 수만명의 사람들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그들의 직업이 유지될지 우려스러워 탈(脫)미국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전면적인 이민 정책 변화를 3대 우선 정책 과제 중 하나라고 밝힌 이후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민자들과 IT 기업은 해외인력 아웃소싱(H-1B) 비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케팅 소프트웨어 회사 애널리스트인 니콜 매니온은 자신의 미래가 갑자기 위험에 처했다고 느꼈다. 그는 NAFTA 비자로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데, 토론토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미국에 머무를지, 토론토로 가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태양열 패널 제조업체 브라이트(Bright)의 인도 출신 소프트웨어 기술자인 아비쉑 코나(28)는 현재 다니는 회사의 비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창업의 꿈을 미뤘다. 이 외에도 이름을 밝히지 못한 여러 이민 노동자들은 캐나다나 유럽으로 이민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호 개방은 외국인들이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창업을 하거나 각종 IT 기업에서 일하는 토양이 됐다. 하지만 취업이민과 취업비자를 대폭 줄이겠다는 트럼프의 이민제한 정책으로 실리콘밸리는 공황 상태다.
부시 행정부 시절 수출 자문위원회에서 근무한 적 있는 공화당원이자 블랙베리 CEO인 존 첸은 트럼프가 비자 프로그램을 무너뜨리겠다고 한 말이 그저 협박에 그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정말로 다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첸은 학생 때 홍콩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인재다.
워싱턴에서 이민법을 다루는 로펌 창립 파트너인 아바 베나크 역시 트럼프 승리 이후로 외국인 고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미국으로 오려고 하는 사람을 찾기는 매우 어려워졌다”면서 “특히 갈색 피부(Brown skin)를 가진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오는 것을 상당히 불편하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 아마존처럼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 절반은 이민자가 창업했다. 이들은 자사 노동자들에게 매년 H-1B 비자를 더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H-1B 비자 쿼터를 더 늘리기 위해 의회에 로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태만 유지해도 낙관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공동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미국에 오기가 더 어려워지거나, 외국인 혐오증이 높아지면 (미국에) 오려는 사람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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