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 지구행성을 구성하는 오대양 육대주는 약 2억년 전 초기 신대륙인 판게아(Pangaea)에서 분열되어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판구조론 관점의 지질학자들은 대략 5천만년 후에는 또 다른 형태의 미래 초대륙, 아마시아(Amasia)로 재구축될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그런데 우리 지구행성은 이러한 유구한 지질학적 진화와 별개로 지금 이 순간 맹렬한 속도로 기술혁신에 의한 초빅뱅이 전개되고 있다. 그것은 물리적 시스템과 사이버 시스템으로 나뉜 인간의 생활세계가 하나의 복합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초연결〃초지능 혁명이다. 지금 인류는 첨단기술로 지구 행성 생태계를 재창조하는 거대한 디지털 영조물의 설계에 착수했다. 우리는 이를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이러한 디지털 문명론을 담대한 시각으로 펼쳐 온 케빈 켈리는 2010년에 발간한 `기술의 충격`(What Technology Wants)에서 테크놀로지의 실체를 “우리 주변에서 요동치는 더 크고 세계적이며, 대규모로 상호 연결된 기술계(system of technology)”로 파악하고, `테크늄`(technium)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현대기술은 도구·기계 개념을 넘어 자기강화적 창조 시스템으로서의 본질적 특성을 가진다고 봤다. 그리고 이들이 어느 시점에서 역동적인 상호작용으로 일종의 자율성을 발휘하게 됐다고 진단한다. 한마디로 기술과 생명은 근본적인 본질을 서로 공유하면서 공진화하는 생태계라는 의미다. 이러한 그의 통찰은 2016년에 발간한 `더 이네비터블`(The Inevitable)에서 더욱 광채를 더한다.
이 책에서 켈리는 디지털 기술이 연달아 변화를 불러와 상호 연결돼 멈출 수 없는 업그레이드를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향후 30년의 인류의 삶을 형성하게 될 거대한 힘을 `인지화`(Cognifying)라고 명명하고,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지화는 이미 40억대 휴대전화와 20억대 컴퓨터가 지구 표면을 마치 브레인의 대뇌피질처럼 엮어 내고 있는 디지털 혁명에서 그 원형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는 150억개 이상의 디바이스가 10의 21제곱에 달하는 트랜지스터를 탑재하고 있다. 그 연결 형태는 인간 뇌를 구성하는 전체 뉴런의 1조배 이상에 달하는 초대규모 네트워크로 구조화됐다.
이렇듯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적 지성이 외재화된 거대한 뇌를 플랫폼 삼아 인간의 삶과 사회 시스템을 재정렬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혁명의 대이행기에 전세계 관련업계와 소비자들은 초일류 기업 삼성의 `갤노트7` 생산과 판매중단이라는 충격적 상황을 뜨악한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
2000년 후반에 들어와서 갤럭시 시리즈는 아이폰 대항마로 디지털 혁명의 최첨병 역할을 해왔다. 이미 수십 억명 소비자의 신체 일부처럼 이들 가슴에 디지털 은하계 생태계를 정착시켜 온 것이다. 현 시점에서 삼성전자에 부여된 준엄한 미션은 철저한 원인규명을 통하여, 궁극의 차세대 갤럭시 노트를 탄생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글로벌 정보인프라의 파트너로서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제4차 산업혁명의 노둣돌이 되는 겸허한 자세로 인류의 기대에 화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지 삼성전자 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국과 인류를 위해 파괴적인 초격차 전략으로 우람한 거인의 기개를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삼성은 위기를 극적인 기회로 전환하는 승부사적 도전정신을 발휘해왔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갤럭시 신화`라는 담대한 위업을 성취했다. 하지만 진정한 `퍼스트 무버`의 길은 거칠고 험난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말로 삼성전자는 굳세게 뭉쳐 영혼적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우리는 제4차 산업혁명의 정중앙에서 호령하는 삼성전자의 강단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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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규 IP노믹스 전문연구위원 hawongy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