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학 한계를 보완하는 세계 대체의학 시장은 갈수록 커진다. 한의학이 주류의학을 보완할 무한한 잠재력을 보유했다고 주장하는 노(老) 한의학자를 만났다. 글로벌 한의학 전도사를 자처한 서효석 편강한의원장이 주인공이다.
서효석 원장은 `폐가 건강하면 온 몸이 편안하다`를 주장한 1세대 한의사다. 1973년 전북 익산에서 개인 한의원 개원 후 현재 서울 서초 본점을 포함해 전국 7개 지점, 50여명 임직원을 거느린 대형 한의원으로 성장시켰다. 비염, 천식, 아토피, 폐 섬유화 등 질환에서 명성을 자랑한다.
서 원장은 진통, 진정, 항생, 소염 등 완화에 탁월한 양의학과 달리 한의학은 질병 근원을 찾아내 치료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한 한의학은 `비과학화` 오명에 위기에 휩싸였다. 단시간에 증상호전을 확인하기 어렵고 한의사마다 천차만별인 진료지침 때문이다. 효과를 입증할 논문 등 임상결과도 부족하다.
그는 “한의학은 양의학과 달리 근본을 다스리기 때문에 치료효과를 빠른 시간에 확인하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면서 “환자가 기다리고 따라오게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와 한의사 신뢰가 필수”라고 말했다.
한의학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과학화에 앞장섰다. 2012년 충남대 약학대학과 공동으로 인동덩굴꽃, 맥문동, 사삼 등 6가지 약재 추출물을 흰 쥐에 투여해 호흡기 내 뮤신 과다분비 증상 완화 효과를 조사했다. 폐 섬유화를 일으키는 블레오마이신(BLM)에 어떻게 작용하는 지도 살폈다. 약 8개월간 진행한 동물실험에서 `대기오염물질로 유발된 호흡기 염증성 객담 과다분비와 BLM 유발성 폐섬유화증 완화`를 입증했다. 연구결과는 10월 SCI급 제널 J.T.C.M에 게재됐다.
서 원장은 “한약이 염증성 호흡기 증상과 조직 변화를 효과적으로 완화시킨다는 결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의원 상황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한 임상시험이 쉽지는 않지만, 정부 지원 등으로 입증만 하면 양의학을 보완할 훌륭한 대체의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 원장은 한의학을 알리기 위해 작년 미국 휴스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을 돌며 `폐 건강` 순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단일 한의원으로는 최초로 미국 뉴욕타임즈에 11차례나 전면광고를 실었다. 한의학 뿌리인 중국에서도 중화권 TV에 출연해 52강좌에 이르는 건강강연을 펼쳤다. 최근 베트남 등 동남아에 한의학 전파도 시도한다.
서 원장은 “무허가 의사, 약재 부작용 등으로 중의약 신뢰성에 금이 가는 상황에서 한의학은 세계 대체의학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의학계가 과학화에 집중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해 세계로 진출할 통로를 만들어 준다면 세계 환자들에게 치료 선택 폭을 넓혀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