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한미약품 연구소장, 셀트리온 전무. 국내 대표 바이오·제약 전문기업 임원 명함이 본관 입구 벽면을 가득 채웠다. 300여명에 달하는 전교생이 30년 후 자신의 미래 명함을 사진과 함께 꽂아둔 게시판이다. `미래로의 여행`을 보며 꿈을 키워가는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등학교다.
충청북도 진천군에 위치한 국내 유일 바이오 관련 마이스터고등학교다. 1944년 진천농업전수학교로 설립인가를 받은 후 진천생명과학고를 거쳐 2012년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로 전환했다.
바이오 분야 `영 마이스터` 양성을 목표로 입학생은 입학금, 수업료 등 전액 지원 받는다. 전국에서 학생이 모여들면서 학생 절반 이상은 기숙사 생활을 한다. 입학생 성적도 중학교 내신 20% 이내 상위권 학생들이다. 졸업 후 취업률도 95%에 가깝다.
자랑은 국내 최고 수준 실습 환경과 심도 있는 교육과정이다. 총 9개실로 구성된 실험실은 대기업 연구소 못지않다. 바이오제약 실습실은 세포 배양, 분리·정제, 제형·제제 등 바이오 의약품 개발 전 과정을 실습할 도구가 완벽히 구비됐다. 무균 환경만 갖추면 당장이라도 의약품 개발이 가능할 정도다. 실습 환경 구축에만 50억원 이상 투입됐다.
김덕재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 교사는 “방문객이 가장 놀라는 점은 고등학교 수준을 뛰어넘는 실습 환경”이라며 “대부분이 대학교 실습실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도구”라고 말했다.
전기영동장치, 미생물 배양, 유전자재조합, 바이오 분석 장비를 갖춘 공통실습실도 자랑거리다. 공정별로 전담 교사가 1명씩 배치돼 학생 실습을 돕는다.
인프라만큼 교육 과정도 수준이 높다. 바이오식품 제조공정관리, 식품 위생과 안전관리, 품질관리 등 영역을 교육하는 바이오식품과와 바이오의약품 공정개발, 제조관리, 품질관리를 맡는 바이오제약과로 나뉜다. 바이오제약학과는 최고 수준 실습 인프라로 유전자 재조합, DNA 분석, 세포주 관리, 미생물 계대배양 등 전문 교육을 받는다. 실습 위주 교육 방식은 물론 학기마다 팀 프로젝트 진행, 졸업 논문 작성 등으로 심화 학습이 이뤄진다.
선생님도 학생만큼 공부하는 학교다. 심화학습을 가능케 한 동력이자 학교 경쟁력이 된다. 첫 부임하는 교사는 6개월간 한국 폴리텍대학 바이오 캠퍼스에 파견 연수를 거쳐야 한다. 바이오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춘다. 이후 매년 방학마다 기업, 대학교 등을 찾아 추가 교육도 받는다.
고종현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 교장은 “많은 고등학교에서 바이오마이스터고 교육 프로그램과 설비를 벤치마킹해 도입하지만, 전수해 줄 수 없는 것이 교사 역량”이라며 “기업,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어 교사 역량 확보에 힘쓴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은 바이오 영역에 국한하지 않는다. 정보화와 영어 교육에 수업 상당부분을 할애한다. BT와 IT 융합 환경 내에서 컴퓨터 활용에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우수한 교육인력, 심화 교육 프로그램, 최고 실습 환경 `3박자`를 갖춘 학교에 기업 `러브콜`도 쏟아진다. 학교는 셀트리온, 한미약품, CJ헬스케어, 제넥신, 녹십자, 대웅제약 등 국내 대표기업 60여곳과 산학 협력을 체결했다. 취업 약정률이 300%에 달한다. 학교가 배출한 졸업생이 100명이라면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이 300명이라는 의미다.
2015년 1기 졸업생 취업률을 95.89%를 기록했다. 올해도 92%가 넘는 취업률을 기록했다. 11월 기준 내년 2월 졸업생도 시험인증기관에 9명, 동국제약 9명, 한미약품 7명, 메디톡스 4명 등 대형 제약사에 연이어 합격했다.
장학생을 선발해 독일, 싱가포르 등 해외 견학을 제공하고, 충북대 등 대학과 기업 인턴십을 확대하는 것도 인재 역량 강화 일환이다. 궁극적으로는 일찍부터 습득한 전문기술을 활용해 취업을 넘어 창업까지 시도하는 꿈을 키워준다.
고종현 교장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인턴십과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취업뿐 아니라 창업의 꿈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라며 “고졸 바이오 인재는 기업 입장에서 경제성, 직무 전문성은 물론 국가 바이오산업에 기여할 가능성을 보유했다”고 전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