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들은 동료 뒷모습만 보고도 한눈에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해답은 엉덩이다.
5일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 연구자들은 “침팬지는 상대방 엉덩이를 보고 친숙한 동료인지를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침팬지가 엉덩이를 보고 인지하는 것은 사람이 얼굴을 보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인간의 인식수단이 얼굴이라는 것은 `얼굴역전효과`(face inversion effect)로 증명된다. 이 효과는 익숙한 사람의 얼굴이라도 거꾸로 해서 보여주면 인지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마리스카 크렛 레이던대 신경심리학 교수는 “사람들은 얼굴을 빨리 인식하기 위해 뇌로 가는 지름길을 만들었다”면서 “때문에 사진이 뒤집혀져 있으면 지름길 작동이 지연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침팬지에서도 똑같은 현상을 발견했다. 엉덩이가 똑바로 있을 때 엉덩이를 인식하는 것이 더 빨랐고 거꾸로 되었을 때 더 느렸다. 이같은 결과는 암컷 침팬지가 털없는 엉덩이로 진화하고 빨간 색조를 띈 이유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크렛 교수는 “진화 과정에서 사람 얼굴도 더 대조적으로 변했다”면서 “빨간 입술, 하얀 눈동자, 진한 눈썹, 매끈한 피부 등 인식하기 쉬운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