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량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다. 자율주행차 핵심 시스템온칩(SoC)을 직접 설계 개발하고, 파운드리 서비스도 시작한다. 차 반도체 시장 진출 결정으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시스템LSI 사업부는 파운드리사업부와 설계사업부로 분리된다. 삼성은 그룹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에 맞춰 이 같은 방침을 공식화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주문형반도체(ASIC) 파운드리 계약을 맺었다. ASIC 파운드리는 고객사가 요구한 설계 사양과 기능에 맞춰 설계와 제작을 맡는 사업이다. ASIC 파운드리가 일반 파운드리와 다른 점이라면 설계까지 대행한다는 점이다. 애플도 초기에는 삼성전자에 ASIC 파운드리를 맡겼다. 이후 PA세미를 인수하고 직접 설계 체제로 바꿨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핵심 칩 기술을 이스라엘 모빌아이로부터 공급받았다. 그러나 최근 테슬라 오토파일럿 기능을 활용하던 운전자가 사망 사고를 당하자 양사 관계가 끊어졌다. 테슬라는 독자 칩 개발로 돌아섰다. 테슬라는 엔비디아로부터도 자율주행 관련 인공지능(AI) 칩을 공급받고 있지만 장기로는 자체 칩을 탑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구사한 전략과 비슷하다.
현재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사업팀 내 전무급 인사가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부터 시제품 생산, 양산까지 3년 안팎이 소요되는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라면서 “선도 업체와의 공동 작업은 삼성전자 자동차 분야의 역량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와 계약이 성사되면서 시스템LSI 내 파운드리·설계 사업부 분리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올 상반기 내내 경영 진단을 받았다. 한두 고객사에 의해 실적이 휘청거리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진단이었다. 애플이 TSMC로 칩 생산 물량을 몰아 준 것이 계기로 작용했다.
애플이 삼성 대신 TSMC를 택한 이유의 핵심은 고객사 정보 유출 우려였다. 애플은 그동안 사장급 인사가 독자 칩 사업과 파운드리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이는 다른 고객사도 마찬가지다. 삼성 경영진단팀이 내린 잠정 결론은 파운드리와 설계 사업부 분리였다. 그러나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테슬라가 완벽한 `칸막이`를 요구하면서 이 방안이 굳어졌다는 게 회사 안팎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독자 브랜드로 차량용 핵심 SoC 설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첫 프로젝트는 아우디와 함께 이미 시작했다. 지난해 말 김기남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아우디와 차 반도체 관련 전략 협력 관계를 맺었다. 당시 알려진 내용은 메모리 공급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계약 내용은 인포테인먼트용 SoC 개발, 공급이었다. 2019년형 아우디 신차에 삼성전자 브랜드 SoC가 탑재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DS부문에 정통한 관계자는 “핵심 인력 재배치 통보가 이뤄진 상태”라면서 “사내에서도 이 같은 조직 개편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직 개편과 신규 프로젝트 수행으로 삼성전자 DS 부문의 사업 무게 중심은 모바일에서 자동차 쪽으로 점차 기울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오현 부회장 직속인 전장사업팀은 정기 조직 개편에서 사업부 단위로 승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만 인수로 조직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사장급 인물이 사업부장으로 발탁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전장 사업은 반도체 부문과 협력 수위를 높여 글로벌 차 부품 시장 공략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