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반도체기업 아익스트론을 인수하려던 중국 펀드가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동을 건지 일주일만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푸젠그랜드칩투자펀드(FGC)는 이날 미국의 반대로 해당 거래가 무산됐다고 발표했다.
푸젠은 “인수 약정상의 조건을 실현할 방법이 사라져 계약이 더 이상이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푸젠은 인수포기 결정의 사유로 미국 정부 반대를 들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아익스트론 미국 자회사 인수 계획을 “완전히 영구적으로 포기할 것”을 푸젠에 명령한 바 있다.
미국 재무부도 “아익스트론의 기술은 군사적 용도가 있다”면서 “외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이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다면 대통령의 권한으로 인수를 중단하거나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제동 이후 그동안 시장에서는 아익스트론이 미국 자회사 부문을 떼어내면 푸젠의 인수계획이 미국의 비준을 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1983년 설립된 독일의 반도체설비 공급 기업인 아익스트론은 현재 경영적자가 심화하고 있다. 지난 5월 푸젠은 중국 정부 승인을 받아 아익스트론 인수 의사를 내비친 뒤 7월 말에 6억7000만유로에 아익스트론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아익스트론 인수 실패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중국은 최근 들어 자국의 반도체산업 투자를 대폭 늘리는 한편 미국, 대만 등 해외 반도체기업의 인수·합병(M&A) 투자에 나서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