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Nano)는 그리스어 `난쟁이(Nanos)`에서 유래했다. 10억 분의 1을 뜻한다. 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라는 뜻이다. 이 초미세 영역은 신세계다. 같은 물질도 이 세계에선 완전히 새로운 성질을 갖는다. 꿈의 신소재로 기대를 모으는 `그래핀`이 대표적이다. 연필심으로 익숙한 흑연이 이 세계에선 강철 200배 이상 고강도, 초경량에다 높은 전도성까지 갖는 신소재가 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단장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은 나노 세계에서 물질 한계를 뛰어넘는 물질을 찾는다. `나노 사이즈의 단일·복합 구조체와 새로운 물성을 발견하는 것`이 연구단 임무다. 소재의 기초가 되는 재료 물질이 대상이기 때문에 꾸준한 기초 연구가 필수다.
이영희 나노구조물리연구단장은 집단연구를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연구단을 전용 건물로 이전한 것도 집단연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연구 공간은 개방했고 교수실 벽은 유리로 만들었다. 단장실은 다른 교수실과 크기가 같다. 기존과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으로 연구하려면 이런 환경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이영희 단장은 “IBS 소속 연구단은 처음부터 연구자들이 한 데 모여 집단 연구를 수행하도록 기획됐다”면서 “세계적으로 집단 연구를 지향하는 이유는 첫째, 과학적 천재가 점차 사라지고 있고 둘째, 단독 연구로는 지금처럼 복잡한 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단 연구의 성과가 더 큰 파급력을 가진다는 게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다”면서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연구를 시너지로 극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연구는 신소재 개발과 직결된다. 나노 물질은 기존 크기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성질을 구현한다. 어떤 물성이 나올지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획기적인 물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형적인 `고위험 고성과(Hig Risk High Return)` 연구다. 연구자 호기심을 장려하면서도 성과를 체계적으로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이 단장은 “원천 소재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는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에 연구자 호기심에 따른 모험 연구를 장려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인 과제는 `모험 과제`로 풀어주고, 가능성이 보이는 것은 다시 `도전 과제`로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려면 실패는 무조건 안 된다는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면서 “실패를 질책하다보면 아무도 이런 연구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노구조물리연구단도 5년이 다 되어서야 조금씩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IBS 연구단은 논문, 특허 실적 같은 정량 평가를 지양한다. 평가위원 절반을 외국인이 맡는다. 하지만 성과를 하나씩 들여다보면 파급력은 상당하다.
요즘은 2차원 나노 구조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CNT) 같은 3차원 형상이 아니라 판 형상을 갖는다. 기존 웨이퍼 가공 공정을 적용할 수 있다. 그래핀처럼 전도성이 높지만 제어가 가능한 신물질을 개발했다.
2차원 나노구조체로는 빛→전기 전환 효율을 100%로 끌어올리는 소재도 만들 수 있다. 태양전지 효율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이들 성과는 내년 초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