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 시민 정치 참여를 이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리면서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다.
정치 스타트업 와글은 최근 `박근혜 게이트 닷컴`(parkgeunhyegate.com)을 개설해 주목받았다. 이번 탄핵 정국과 관련된 인물을 소개하고 시민 생각을 모으는 웹사이트다. 앞으로 촛불민심을 대변할 온라인 시민의회 대표단도 구성할 예정이다. 와글은 지난해 8월 설립됐다.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목표 펀딩의 168%에 해당하는 후원금을 모아 운영에 돌입했다.
지난 2일에는 `박근핵 닷컴`(parkgeunhack.com)이 등장했다. 지역구 의원들에게 탄핵을 요청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응답 현황을 실시간 조회할 수 있다. 개설 닷새 만에 회원 87만여명이 참가했다. 9일 기준 탄핵 청원자 92만여명을 모으는 저력을 과시했다.
정치인 정보 제공 앱 `우리동네 후보`도 국내 대표 정치 스타트업이다. 각 정당과 정치인 정보를 모아 시민에게 알려주는 플랫폼이다. 미국 의회와 정부 자료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킨 미국 스타트업 피스컬노트와 손을 잡았다. 선거철 유권자와 후보 간 의사소통을 돕겠다는 게 설립 취지다.
올해 4월에는 정치인들이 연설문을 쓸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는 `필리버스터 닷 미`(filibuster.me)가 개설됐다. 유권자 투표가이드 서비스 `핑코리아`(pingkorea.com)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 와글이 이들 웹사이트를 개발했다.
해외에는 이미 이 같은 플랫폼이 자리 잡았다. 뉴질랜드 개발자들이 만든 `루미오`가 대표적이다. 루미오는 뉴질랜드는 물론 브라질과 헝가리, 스페인에서도 시민 합의를 도출할 때 종종 사용된다. 스페인 신흥정당 포데모스(Podemos)는 루미오를 활용해 시민 2만7000여명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하버드대학과 위키피디아 재단도 의안 토론과 의사결정 절차에 루미오를 활용한 바 있다.
미국은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 닷 오알지`(change.org)가 있다. 현재까지 1억7340만명이 이곳에 의견을 올렸다. 아르헨티나에는 인터넷 기반 정당 `넷파티`가 있다. 온라인 투표 시스템에서 시민 의견을 공개적으로 모은 뒤 여기에서 나온 결과를 의회에 제출하는 구조다.
국내에도 루미오와 닮은 입법 청원 플랫폼 `국회 톡톡`(toktok.io)이 운영 중이다. 의사결정 방식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먼저 사회현안을 두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다. 이렇게 던져진 화두 중 시민 추천 1000건을 얻은 제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전달된다.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 중 입법 추진 의사가 있는 이들을 추려 온라인 토론장으로 초대한다.
국회톡톡은 개발자 협동조합 빠흐띠와 와글이 함께 지난 10월 오픈했다. 설립 당시 `만 15세 이하 어린이 병원비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첫 안건으로 상정됐다. 추천 수 1185건을 달성했다. 현재 천정배, 기동민, 남인순, 오제세, 윤소하 의원이 입법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진순 와글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정치 탓에 민주주의란 용어가 철지난 유행가처럼 진부해졌다”면서 “소수 계층이 참여하는 대의제가 아닌 온라인·숙의·직접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시민 중심 플랫폼을 계속 개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