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인도서 생산하나…인도 정부와 논의중

애플이 인도에서 아이폰을 생산할까.

인도서 아이폰 판매 확대에 골몰하고 있는 애플이 아이폰 등의 제조 공장을 인도에 건립하기 위해 인도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인도 정부에 현지 생산 계획안을 전달하고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지 묻는 서한을 보냈다. 인도 통상부 고위 당국자들은 몇 주 전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도 열었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 5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인도를 방문했을 때 인도 현지 생산에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쿡 CEO는 당시 인도 NDTV가 인도 제조 공장 건립 의사를 묻자 “현시점에서 계획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며 “인도에서 인증된 리퍼비시(중고 수리품) 제품을 판매한 다음 그 경험을 활용해 추가적인 행보를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애플이 아이폰 인도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미래 시장성 때문이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내년에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이폰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점유율은 0.9%에 불과했다. 삼성전자가 23%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레노버(9.6%), 마이크로맥스(7.5%), 샤오미(7.4%)가 따르고 있다.

세계 1위 시장인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둔화되고 있어 애플은 부상하고 있는 인도시장 점유율 확대가 시급하다. 애플이 인도 현지공장을 설립한다면 현지업체는 물론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자료:IDC)
2016년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자료:IDC)

아이폰 현지 공장 설립은 현지 애플스토어 개설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애플은 인도에 직영 판매점인 애플스토어를 개설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외국 기업이 인도에 단일 브랜드 소매점을 개설하려면 부품 30%를 인도에서 조달하도록 한 규정 때문에 진척되지 않고 있다. 애플이 인도에서 제조 공장을 운영하면 부품 현지조달 규정문제가 해결돼 직영 판매점 개설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고 아이폰을 들여와 리퍼비시 제품을 판매하려는 시도도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인도 정부는 아이폰 리퍼비시 판매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아이폰 인도생산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대응도 주목된다. 외신은 트럼프가 아이폰 인도 현지공장 설립을 곱지 않게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테크기업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애플에 대해서는 “애플이 컴퓨터와 아이폰을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볼 때 아이폰 해외 생산공장 확대는 애플에 큰 부담이다.

그동안 애플은 값싼 노동력뿐만 아니라 숙련된 노동력과 유연한 생산을 해외 제조 핵심 동기로 꼽고 미국 이전에 미온적이었다. 아이폰 생산설비를 미국으로 옮기면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