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성 평가 80점, 그러나 실상은 0점.”
국내 정보접근성 전문가들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회장 이병돈)와 국민의당 오세정·김경진·신용현 의원실 공동 개최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고령자 정보접근권 보장 토론회`에서 정보접근성 준수 실태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정보취약계층의 실사용이 불가능한 웹사이트도 기술적 평가 결과만으로 우수 인증을 획득하는 현행 인증 제도에 대한 지적이다.
◇ 사용 가능 여부와 무관한 `우수`... 정보접근성 표면 평가 심각해
실제로 지난 2013년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모든 법인 웹사이트의 접근성 준수를 의무화하며 많은 사이트가 웹접근성 품질 인증에 나섰다. 그러나 대부분이 실효성 없는 표면조치에 그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인증기관 대다수가 기술성 구현 여부만을 따지는 양적 접근법을 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웹사이트라도 장애인이 이용하기는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다. 예를 들어 특정 사이트가 메인페이지를 제외한 △회원가입 △로그인 △결제 등 서브페이지에 스크린 리더를 도입해 기술성 평가 80점을 획득했을지라도, 이에 접속한 장애인 사용자는 메인페이지에서 한 단계도 나아갈 수 없다. 결과적으로는 사용이 불가한 셈이다. 정보접근성은 `100점 아니면 0점`이라는 평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유사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한 장애인 사용자가 유명 홈쇼핑 홈페이지 사용에 어려움을 느껴 이를 인권위에 제소했으나, 인권위는 자동점검 결과값 80점을 들어 소를 기각했다.
◇ 디지털 시대, 뒤쳐진 법령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도 다양한 관점에서 `껍데기`뿐인 제도를 질타했다. 기술성만 따지는 한계와 함께 디지털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성일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디지털 시대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했지만 국내 정보접근권 관련 법령은 여전히 2000년대 중반에 머물러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정보접근성 차별 금지를 명시한 법령은 국가정보화기본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뿐이다. 그마저도 `웹접근성` 준수만을 의무화 하고 있어 모바일 접근성과 앱 접근성 등은 배제됐다. 기술 변화를 전혀 담아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교수는 “모바일과 사물인터넷(IoT) 등 융합산업을 포괄하는 입체적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개정·신규 법안은 지침에 그치는 것이 아닌 구속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토론회 좌중으로 참석한 시각장애인 당사자들도 정보접근성 보장 의무화를 촉구했다. 한 시각장애인 당사자는 “의약품 제품명의 점자 표기를 권고하는 약사법 56조·75조가 개정안에서 제외되며 불완전한 조치나마 사라졌다”며 역행되는 현실을 짚어냈다.
이에 정부 측 관계자들은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국가인권위 박성남 과장과 보건복지부 강인철 과장은 “사용자 중심 인증제도와 실태조사의 보편화에 힘쓰겠다”고 선언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김정태 과장도 “새해에는 민간분야의 정보격차해소 점수를 공개하고 우수 기관을 포상하는 등 정보접근성 준수 정착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인 정보접근성 보장 관련 법안도 향후 논의를 통해 `웹사이트`를 `정보 서비스`로 확대·구체화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강완식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팀장 △임승택 한국농아인협회 이사 △윤은미 고령사회고용진흥원 본부장 △주상돈 미래기술연구센터장 △이성일 성균관대학교 교수 △박성남 국가인권위원회 과장 △강인철 보건복지부 과장 △미래창조과학부 김정태 과장 △김지인 건국대학교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오세정·김경진·신용현 등 국회의원도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양소영 IP노믹스 기자 sy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