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는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여섯 가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지적한 것은 ‘원칙 없는 정치, 희생 없는 종교, 양심 없는 상술, 인성 없는 과학, 도덕 없는 쾌락, 땀 없는 부’였다. 다른 것들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덕목이라 하더라도 1948년 세상을 떠난 간디가 그 시절에 ‘인성 없는 과학’을 염려한 것은 참으로 높은 혜안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이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2008년 미국의 산호세 성당 미사에서였다. 당시는 미국의 금융사태가 논란이 된 즈음으로, 신부님은 ‘땀 없는 부’의 위험성을 설명하기 위해 간디 이야기를 꺼낸 참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무엇보다 ‘인성 없는 과학’이 흥미로우면서도 인상 깊게 다가왔다. 직업의 특성상 기술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껏 수많은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가했지만 그중에서도 첨단기술이 중심이 되는 전자, 전기, 자동차 같은 상품의 개발에 주로 참여해왔기에 유독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 ‘인성 없는 과학’은 내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나를 규정하는 하나의 모토가 되었다.
최근의 디지털기술은 물론이거니와 지난 수백 년간의 산업시대에 개발되고 발전되어온 기술은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대가로 우리 삶을 조정해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술과 과학의 혜택을 누리며 편리한 생활을 영위해왔다. 그 기술을 개발하고 결과물을 생산해 공급하는 기업들은 경제권을 쥐고 세계를 이끌어왔다.
더군다나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기술은 역사가 5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21세기를 급속도로 변화시켜나가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은 세계를 하나로 묶어놓았고, 우리는 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어쩌면 우리 나름대로 가꿔나가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도 사실은 거대한 트렌드가 정해주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자본가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우리는 자의에 따라, 또 절반은 타의에 따라 변화된 삶을 살아가니 말이다.
그렇다면 6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간디가 우려했던 ‘인성 없는 과학’의 시대가 이미 다가온 것일까? 그럼 우리는 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언젠가 출장을 가서 호텔에 묵고 있던 나는 중요한 비즈니스 약속이 있어 바삐 호텔방을 나섰다. 그런데 복도 저 멀리 세탁물 카트를 밀고 가는 메이드를 보자 ‘셔츠를 세탁해달라고 요청했어야 하는데 깜빡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문득 엉뚱한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쳤다.
머지않아 호텔에도 메이드 역할을 대신할 로봇이 등장하지 않을까? 나 같은 손님들을 위해 로봇이 객실을 방문해 청소를 해줄 뿐 아니라 세탁물도 챙겨주고, 깨끗하게 다려놓은 셔츠를 방으로 가져와서 옷장에 정리해주면 정말 편할 텐데 말이야. 이런 일들을 모두 스마트폰과 연계된 시스템이 처리한다면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같은데. 이미 스마트폰으로 집에 있는 가스불도 잠그고 에어컨도 켜는데 빨래라고 못 시킬 일이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내가 그런 로봇을 직접 디자인해볼까?
생각은 급속도로 내달아 머릿속에서는 이미 메이드 로봇이 빨래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 아이디어처럼 호텔 메이드를 대체할 로봇이 개발돼서 모든 호텔에서 사용하게 된다면 조금 전 복도 끝에서 카트를 밀고 지나간 메이드는 직장을 잃게 될 것이 아닌가? 나는 씁쓸하게 혼자 웃으며 호텔 메이드 대체용 로봇 디자인은 더 추진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날 내 경험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자동화 물결은 이제 몇몇 개인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생활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가 자신과 가족을 위해 돈을 벌던 직장은 그것이 블루칼라건 화이트칼라건, 서서히 기술이 대체해 나갈 것이다. 간디가 그토록 경계하던 ‘인성 없는 과학’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 기업인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앞으로 15년간 화이트칼라의 일자리가 330만 개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이는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경제 5국)같은 거대 저임금 국가의 등장과 고도로 개발된 로봇 등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결과로, 피할 수 없는 전 세계적 트렌드가 되었다. 기업은 항상 이윤이 높은 쪽을 선택하기 때문에 실직으로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 기업의 이윤이 늘어날수록 개인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이 황당한 아이러니는 우리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다.
물론 과학의 발전은 우리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윤만 좇는‘인성 없는 과학’은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의 창의력마저 죽이고 있다. 과학으로 스마트해진 시대에 과연 우리는 더 똑똑해지고 창조적으로 변했을까? 인터넷, 정보기술, 스마트기기의 발달은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지식을 얻기보다 검색을 해서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결국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과학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생각 없는 사람들, 즉 창의력 없는 사람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지식과 생각하는 능력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퍼플피플 이론을 펼쳐나가고, 그 역할을 세상에 알려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술과 인간의 싸움에서 인간이 승리할 수 있게 해줄 유일한 희망이 바로 퍼플피플의 활약이다. 기술이 대체해가는 생산직 근로자와 사무직 근로자의 역할을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근로자가 채워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세 회장
(주)이노디자인 CEO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교육 전문가
한국디자인브랜드경영학회 이사
기네스 한국심의위원 선정
전자신문 기업성장 지원센터 교육 전문가
[저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퍼플피플 (2016, 스타리치북스)
‘전자신문 기업성장 지원센터’에서는 100년 기업을 위한 CEO 경영 철학 계승 전략인 ‘스타리치 CEO 기업가정신 플랜’ 및 창업주의 경영 노하우와 철학을 제대로 계승하고 기업의 DNA와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김영세의 기업가정신 콘서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임원퇴직금 중간정산, 가지급금, 명의신탁주식(차명주식), 특허(직무발명보상제도), 기업부설연구소, 법인 정관, 기업신용평가, 기업인증(벤처기업, ISO, 이노비즈 등), 개인사업자 법인전환, 상속, 증여, 가업승계, 기업가정신 등에 대한 법인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 환급과정인 스마트러닝 및 온라인 교육, 오프라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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