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애플의 폐쇄적 근거리무선통신(NFC)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운용 관련 처벌규정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고시에 담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개정안은 새해 6월 공개한다.
애플의 폐쇄적 NFC 운용 방침이 위법인지가 가려질 전망이다. 결과에 따라 국내 NFC결제 산업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애플의 폐쇄적 NFC API 운용계획 처벌 규정을 내년 6월 공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지침에 담을지 법리 검토 중이다.
불공정 전기통신사업 금지 규정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시행된다. 개정안 조항 중 `일정한 전기통신서비스를 이용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자에게 불합리하거나 차별적 조건이나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한 부분만 6개월 유예해 시행한다. 방통위는 이때까지 `부당한 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지침으로 정해 고시할 방침이다.
`부당한 행위`에 애플의 폐쇄적 NFC API 운용계획이 포함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내부 연구반을 구성해 고시를 마련하는 단계”라며 “6개월 시행 유예기간 동안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NFC 기술을 애플페이 용도로만 사용하고 관련 API를 공개하지 않아 국내 NFC 결제사업자 불만이 폭주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지난 10월 해당 조항을 근거로 애플이 NFC API를 공개해야 한다고 방통위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의견서에서 “애플의 NFC 폐쇄 정책은 이용자의 자유로운 선택이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라며 “해당 시행령 고시에 이를 반영해 애플 NFC 기능을 오픈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NFC 관련 사업자들도 애플의 폐쇄적 NFC 운용으로 아이폰 사용자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애플 NFC 폐쇄 정책이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의 금지행위, 이용자 이익을 해치는 사항에 해당한다”며 “애플은 NFC 관련 API를 공개하지 않아 국내 NFC 결제사업자와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 정책의 불공정성 여부를 두고 의견은 엇갈린다.
아이폰 사용자가 교통카드 등 NFC 기반 다양한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생기고 관련 기업 사업에 피해를 주는 만큼 애플이 API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내년 애플페이 한국 진출이 추진되는 만큼, 방통위가 애플의 폐쇄적 NFC 운용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국내 금융사는 물론 유관 기업이 종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민간 사업자의 `폐쇄형 서비스`를 정부가 강제로 `개방형 서비스`로 바꾸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같은 개방형 서비스는 차별 정책을 문제 삼을 수도 있지만 애플은 원래부터 폐쇄형 서비스를 고수하는 기업이라 정부가 법적으로 제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유사한 이유로 애플의 NFC API 공개를 요구하는 호주 은행들의 제소도 방통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호주 4대 은행은 호주 경쟁당국인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에 애플을 제소한 상태로, 새해 3월께 결론이 내려진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