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기술 변화로 말미암아 15년 이내에 기존 직업의 60%가 없어지고 새로운 직업이 불현듯 생길 것이라고 한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 65%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추격자형 인재를 대량 생산하는 기능별 전공 중심 대학 체제가 변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물결에 제대로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
201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보고서에 따르면 기계가 인간처럼 사고하도록 지능화되고,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융합하며, 인간의 교류 범위가 세계로 무한정 확대되고, 세상의 모든 정보가 공유되면서 전통의 정치 및 사회 구조에 근본 변화를 일으킨다. 이런 미래 변화는 궁극으로 사람이 대응하기에 따라 위기도 되고 기회도 된다. 문제의 핵심은 기술 융합 트렌드로 인한 경제 및 사회 구조 변화를 리드할 역량 있는 인재를 얼마나 키워 내느냐에 따라 국가 운명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에게는 대학이 변해야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명제로도 귀결된다.
한편 우리 대학들은 나름대로 외형·내실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문제는 대학마다 높은 취업률과 교육부로부터 받은 우수평가를 자랑하지만 졸업생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다. 무엇이 문제인지 대학 측 이야기를 들어 보자. 인구 절벽으로 인한 청년 인구 감소, 청년 실업률 증대 등 밀려오는 위기의 쓰나미를 느끼고 있지만 변화를 시도하려 해도 손발이 묶인 채 치킨게임으로 내몰린 것 같다고 한다. 등록금 동결로 재정은 바닥나 있어 포기할 수 없는 교육부의 재정 지원 사업을 따라가자니 새로운 시도는 엄두도 못 낸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대학 당국은 겉으로 각종 지수평가에서 화려한 성과를 기록해도 실상은 재정 지원 사업에 발목이 잡힌 상태고, 학생은 저렴한 등록금과 각종 국가 장학금으로 혜택을 받지만 졸업 후 갈 데가 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과다한 입시 경쟁과 취업 전쟁을 불러들이고 있는 획일화된 교육 프레임이 종말을 고하고 있음에도 과감한 방향 선회를 못하고 있는 꼴이다.
이제야말로 수동형 지식 습득자가 아니라 자기 주도의 능동형 지식 생산자를 양성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꿈과 희망을 품고 자기 정신의 자유 위에서 스스로 커 나갈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여기에 사회를 위할 줄 아는 소명 의식을 심어 줄 때 `나의 쓰임새`에 대한 확신으로 당당하게 대학 문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교육 프레임 개혁과 관련한 최근 제안들을 살펴보면 융합 교육을 통한 융합형 인재 양성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학과 간, 교수 간 장벽을 허물고 함께 시간을 갖고 협력과 토론을 하는 새로운 교육 방법들이 제안되고 있다. 여기에 인문, 사회, 과학, 공학, 예술 등을 융합해서 새로운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 대학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교육도 추격자 프레임에서 벗어나 선발 주자 프레임으로 대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고려할 것은 대학이 융합 교육을 한다고 해서 일자리가 자동으로 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융합 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지역 혁신을 적극 도모해야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실용주의가 창업 메카 실리콘밸리의 출발지가 됐듯 대학의 담장을 허물고 현장 밀착형 교육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야 한다. 매사추세츠공대(MIT)와 같은 대학은 졸업생 취업률보다 새로운 직업 창출 수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서 학생들의 잠재력과 창의력 배양에 초점을 맞춘다. 다른 시각으로 세상에 없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과 새로운 기회를 인지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점점 더 소중해지기 때문이다.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이런 대학 개혁이 자발에 따른 실험과 경쟁에 의해서만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 간섭이나 과도한 지원은 발목 잡기에 불과하거나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