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등학생이 올린 유튜브 영상이 화제다. 구글이 지원하는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 프레임워크(텐서플로우·TensorFlow)를 이용해 컴퓨터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다. 영상 속 컴퓨터는 처음 며칠 간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만 내뱉었다. 3주차에 접어들자 간단한 인사말을, 한 달 반을 넘어서면서 유창하게 일본어를 구사했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야에 힘을 줬다.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왔다. 그 결과 평범한 학생들이 만든 인공지능 영상을 보는 게 흔한 일이 됐다.
5년 전 DVD 렌털 전문기업 츠타야는 T포인트 카드를 발급했다. DVD나 책을 빌리는 데는 물론 대중교통 이용 시 쓸 수 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소비패턴 자료를 모았다. 빅데이터를 구성하기 위해서다. 연령대별 소비 패턴·행동 등 세부적인 데이터도 수집·분석 중이다.
일본의 전략이 최근 서서히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빅데이터를 모으고 교육에 열을 올렸다면 이제는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국민 캐주얼 유니클로는 고객이 거울을 보고 버튼을 누르면 어울리는 옷을 골라준다. 고객 키와 체형, 나이를 고려해 적합한 옷을 추천한다. 일본은 주차장에도 인공지능을 도입,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반면 국내 인공지능 시장은 정체기에 빠졌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당장 인공지능을 이끌 컴퓨터 전공자 수가 크게 줄고 있다. 서울대에 따르면 컴퓨터학부 정원이 1999년 90명에서 2000년 78명, 2001년 69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55명까지 떨어졌다.
소프트웨어(SW) 인력 평균 연령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2004년 기준 SW 분야 연령대별 비율은 20대가 53.7%, 30대가 45.3%, 40대 이상이 0.9%였다. 하지만 2013년에 들어서면서 20대가 32.4%, 30대가 56.6%, 40대 이상이 10.5%로 고령화됐다.
빅데이터 인프라도 우리나라는 세계 27위까지 밀렸다. 체코, 세르비아와 맞먹는 수준이다. 최근 최순실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인공지능 기업에 대한 지원도 크게 준 상태다. 일부 대기업도 올해 진행하려던 SW 인력양성 교육을 잠정 중단, 몸을 사리고 있다.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언어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공지능 플랫폼은 대부분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개발언어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구글이나 엠비디아에서 아무리 쉬운 프레임워크를 내놓아도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성할 수 없다. 결국 프로그래밍 언어와 거리감을 좁히는 작업은 운동선수가 기본기를 닦는 일과 같다. 뒤늦게라도 선두권을 쫓아가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인공지능 전문기업 씨사이드 정진연 대표는 “현재 앤비디아가 인공지능 교육부터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전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국가와 산학 간 긴밀한 공조에 따른 체계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수”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