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최동규의 알쏭달쏭 지재권 이야기>(16)특허괴물, 나쁘기만 한 걸까?

한 연구자가 오랜 연구 끝에 제품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직접 사업할 형편이 안 돼 기업을 찾아다니며 특허를 사달라고 했으나 깜깜 무소식이다. 이때 X가 조용히 다가와 특허를 팔라면서 연구비 지원도 약속한다. 안 팔 이유가 없다. 이렇게 특허를 사모은 X는 보유특허를 침범한 기업에 사용료를 요구하거나 거액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돈을 번다. 번 돈을 연구자와 나누기도 한다. 우리는 X를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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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특허괴물이 정말 나쁘기만 한 걸까?

특허괴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특허 거미줄을 쳐놓고 누군가 걸리기만 하면 돈을 요구하니 당하는 입장에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만 해도 특허소송 중 특허괴물과 소송 비중이 80%에 이른다고 한다.

특허괴물은 특허 보호 제도가 강력한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다. 미국에서 특허괴물 소송건수는 연간 4000여건에 이르며, 소송 시장 규모도 30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특허괴물의 과도한 소송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될 정도다.

그렇다고 특허괴물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부동산을 보유하며 임대료를 받듯, 특허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도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리행사다. 고생해서 개발한 특허를 사주니 개인 발명가나 대학, 연구소에는 필요한 존재일 수도 있다. 게다가 특허 거래를 활성화하고 특허의 경제적 가치를 높여 기술혁신을 촉진하기도 한다. 이처럼 긍정적인 면도 있기에 요즘은 특허관리전문회사(NPE)로도 불린다.

특허를 제값 받고 팔기 어려운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NPE를 육성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내에도 몇몇 NPE가 있긴 하다. 하지만 특허소송 손해배상액이 낮은 국내에선 아직은 특허로만 돈 벌기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특허괴물을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괴물도 착한 괴물이 있듯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정도로 과도해지면 곤란하나, 적정 수준의 특허괴물은 순기능을 발휘한다. 중용의 도는 어디서든 통하기 마련이다.

최동규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