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중견 가전 기업까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을 `제2 내수 시장`으로 육성하던 중견기업의 중국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1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제품 수출, 합자회사 설립 등 사업을 하는 복수의 중견업체가직간접으로 사드 보복 조치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가전 전문 기업인 A사는 수년 동안 중국 홈쇼핑에서 제품을 판매했다. 홈쇼핑에서 매번 한류 스타를 모델로 한 제품 홍보 영상을 띄웠다. 그러나 최근 홍보 영상에서 한류 스타 모델이 등장하는 부분이 상의 없이 삭제됐다.

A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류 스타의 중국 활동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혀 예고 없이 취해진 조치 때문에 인기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방가전 대표 기업 B사도 유사한 사례를 겪었다. B사는 지난해 초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배우 가운데 한 명을 홍보 모델로 계약했다. 지난해 현지 유통업체와 논의해 제품 홍보와 팬 사인회를 겸한 행사를 준비했지만 일방 취소 통보를 받았다.
B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모델료가 가장 비싼 모델이지만 중국에서 인기가 높아 충분히 투자대비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가 한류를 추방하려는 `한한령`을 쓰면서 손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기전자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려면 반드시 중국 CCC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여기에도 사드 보복 조치가 나타났다.
C사 관계자는 “원래 중국 CCC 인증을 받는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시간이 소요되곤 했다”면서 “그러나 유독 사드 배치 이후 인증기관에서 한국 제품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꼬투리를 잡아 현재 몇몇 제품군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제때 출시가 안 되면서 유사한 중국 경쟁 제품이 먼저 시장에 나올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중견 가전업체는 중국 비즈니스 전체의 큰 그림을 다시 구상해야 할 수도 있다.
주방가전 D사 관계자는 “사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중국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약속을 지킬 지 불안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통관의 경우 보통 무작위 샘플로 소량 검사를 하지만 통상 압박이 거세지면서 제품 전수 조사에 나설 것이란 흉흉한 소문도 나돈다”고 전했다.
반품이 늘고 전수 조사가 나오면 적기 배송이 어려워진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 기업과 지분을 분배해 합자회사를 세운 일부 가전 기업은 그마나 일부 직접 피해에선 벗어난 듯하다”면서 “그러나 중국 정부 주도 아래 한한령이 더 강화된다면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대다수 중견 가전기업은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등 해외 사업을 확대해 왔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 사업을 하는 기업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와 협·단체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서 경제 위기, 사드 배치 이슈 등으로 기업들이 위험을 떠안는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타국의 정치·경제 불안 요소는 손쓸 수 없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수출 대상 다변화 같은 위험 회피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