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와 포르투갈 출신 양친을 둔 엔지니어 라르스 프젤드소 니엘센은 10년 전 기술 스타트업에 취업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로 갔다. 지난 10년 간 그는 드롭박스, 왓츠앱, 우버 같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하이테크 기업에서 일했다. 현재 그는 유럽에 있다. 유럽이 유망 기술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는 새로운 산실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런던에 있는 하이테크 벤처투자회사에서 근무하는 니엘센은 “유럽 하이테크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지금 기회는 실리콘밸리보다 여기(유럽)에 더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유럽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니엘센처럼 생각하는 유럽인이 늘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기술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취업하려면 실리콘밸리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 실리콘밸리 대신 유럽을 `새로운 약속의 땅`으로 생각하고 있다.
프랑스 출신 플로리안 주르다도 캘리포니아에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박스에서 일하다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2004년 실리콘밸리에 있을때만 해도 프랑스는 은퇴 후 여생을 즐기는 곳으로만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2014년 프랑스 차량 공유회사 `블라블라카(BlaBlaCar)`가 1억달러를 투자 유치 받는 걸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블라블라카는 실리콘밸리 근무 경험이 있는 페데릭 마젤라(Fr〃d〃ric Mazzella)와 니콜라스 브루손(Nicolas Brusson)이 2006년 공동으로 설립했다.
스웨덴 태생 니클라스 젠스트롬은 스카이프 공동 창업자로 유명하다. 2005년부터 미국서 인터넷 기반 전화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 미국에서 활발히 사업을 해온 그는 최근 유럽 기술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춘 투자사를 유럽에 세웠다.
유럽은 잘 훈련된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가 많다. 소비자도 미국보다 많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스타트업을 양산했지만 스카이프처럼 대부분 미국에서 꽃을 피웠다. 금융, 사회, 경제 등 여러모로 실리콘밸리보다 규제가 많고 정부 지원 등이 파편화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이 점점 자라 애플,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물론 유럽에도 음악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스웨덴)와 스타트업 스튜디오 로켓인터넷(독일), 모바일 게임으로 유명한 슈퍼셀(핀란드) 같은 이름 있는 기술기업이 있다. 하지만 애플, 구글 같은 거대 기술기업에는 못 미친다.
유럽과 달리 중국에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거인 알리바바와 메시징앱 `위챗`으로 유명한 텐센트 같은 거대 기술기업이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실리콘밸리보다 중국에서 승부를 보려는 많은 중국 스트타업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자극 받은 유럽 국가는 이제 자국에서 거대 기술기업이 탄생하길 갈망하며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스카이프 창업자 젠스트롬은 “유럽도 스타트업이 구글 같은 대형 기술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면서 “유럽에서도 야망이 무르익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프랑스 등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형 인큐베이터를 설립하고 숙련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도 강화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와 경영자가 유럽으로 유턴하는 것과 맞물려 하이테크 분야 유럽 투자액도 크게 증가했다.
유럽 기술투자회사 아토미코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하이테크 분야 투자액은 136억달러였다. 2011년 28억달러와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었다. 특히 2014년 80여억달러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00% 정도 뛰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