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연예인 일상을 다룬 예능프로그램이 강세를 이룬다. 주거환경이 1인 가구 위주라는 것에 큰 영향이 있다. 1인 문화는 `혼밥(혼자 식사)` `혼술(혼자 음주)` `혼영(혼자 영화관람)` 등 소비추세는 물론 인구구조 변화까지도 유도하고 있다. 사회 각계에서 이에 대한 현상분석과 향후 전망을 내리는 가운데 ICT발전에 따른 개인화가 관련 있다는 주장이 주목되고 있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ICT와 1인 문화에 대한 상관관계를 논의해본다.
◇`나혼자 밥먹고 영화보는` 2017 대한민국
현재 국내는 1인 가구 증가로 사회적 구조가 바뀌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1911만1000가구 중 27.2%를 차지하는 520만3000가구로 국내 보편적 가구형태를 차지했다.
또 식사·영화·여행 등 문화생활에서의 1인 비중도 점차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2016년 외식소비 행태 분석`에서는 `혼밥(혼자 식사)` 비중이 설문대상자 3000여명 중 56.6%를 차지했다. 혼자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한 인구도 적게는 3%에서 많게는 31%까지 급증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런 1인 가구 증가와 소비패턴 주요 원인은 △늦은 결혼연령(만혼) △고령화 △경제불황 △ICT발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ICT는 다양한 기술 발전에 의해 생활패턴 개선, 문화생활영역 스마트화 등을 촉진하면서 다인 가구 필요성을 없앴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국내 1인가구 증가는 만혼과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변화뿐만 아니라, 스마트화된 생활패턴과 취업난에 따른 지출감소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이런 경향이 개인화를 보다 부추기면서 정치나 경제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가구가 늘어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ICT `느슨한 인간관계` 통해 개인고립화
ICT는 현재 모든 산업과 기업 인프라가 되는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약칭이다. 전화선과 모뎀 등으로 등장한 ICT는 관련분야 연구에 힘입어 광역통신망(WAN)과 LTE, 근거리 무선통신(WiFi) 등 첨단기술로 진화하며 인간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넓혔다. 최근 사물인터넷 (IoT) 등을 통한 기계 간 소통으로까지 이어지며 다각적 네트워크 확보에 일조했다.
하지만 ICT가 연결하는 네트워크들이 기술적 방식에 따른 간접소통을 중점으로 하면서 느슨한 형태의 인간관계와 고립화를 초래하고 있다.
일례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매개체지만, 네트워크 연결에 문제가 있거나 서비스를 이용치 않는 경우에는 해당 인원들과 교류는 단절된다. 게임의 경우에도 가상 공간 속에서 상대편 유저와 단순 대결에만 집중하는 형태로 보드게임이나 PC방처럼 물리 공간 내에서 발생하는 유대감은 존재하기 어렵다.
느슨한 인간관계는 자유와 익명성이라는 네트워크 속성과 맞물려 사회를 운영하는 도덕·윤리인 책임감과 예의범절 등 부재를 초래할 수 있다. 또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현실 속 범죄나 신상침해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개인 고립화가 점점 심해진다.
관련 전문가들은 현실적 소통 없이 가상에 과몰입하며 개인화되는 현실에 대해서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용완 바른ICT연구소 연구원은 “ICT 발전에 따른 현실소통 부재와 가상관계 과몰입에 대한 이슈는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라며 “커뮤니케이션 방식 다변화라고도 볼 수 있으나 ICT 중독이나 과몰입에 따른 인간의 개인화는 여전히 문제이므로 주요 연구과제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고도화하는 ICT, 개인고립 해답은 역시 `인간`
이처럼 ICT와의 융합을 기본개념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혁신을 이루는 가운데 개인이 접하는 ICT 환경도 다변화되면서 개인화·고립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인 1스마트 기기` 시대 대두, 외부시야 차단이 필수인 HMD(Head-Mounted Display)가 필요한 가상현실(VR) 기술 등 고도화될 ICT 환경이 `나홀로` 문화 발전을 이끌 것이다.
실제 `포켓몬 GO`나 `리니지2 레볼루션` 등 인기 모바일게임이나 모바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사회관계망 서비스들을 이용하는 대중은 실질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보다 자신의 캐릭터나 영상을 소중히 여기며 개인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따른 소통 부재와 사이버 범죄 등이 우려된다.
관련 학회에서는 ICT 대두에 따른 심화되는 개인화·고립화 문제는 규칙이나 법규가 아닌 내면 윤리 측면에서 풀어야 할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는 “인간의 기본 속성인 관계 맺기가 ICT를 통해 손쉽게 진행되면서 실제관계보다 가상관계에 과몰입하며 개인화되는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며 “물론 가상의 인간관계가 또 다른 인간관계 방편일 수 있으나, 이것이 실질적 인간관계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내면을 강화할 수 있는 `덕윤리` 기반의 인터넷 윤리를 정립해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영석 안동대 교수도 “ICT 발전에 따라 두드러진 개인화가 문제될 수 있으나 대화채널 변경이라는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해답이 나올 수 있다”며 “가상이든 현실이든 그에 따른 사회규칙과 내면적 인격정립만이 해결법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사회 일각에서는 1인 가구 대두가 자칫 경제상황과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굳어져, 자신의 경제 이득을 취하는 아노미현상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타개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