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이젠 `화학`이 주력…신규 투자도 집중

SK인천석화 전경
SK인천석화 전경

정유업계가 지난해 석유화학부문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주력인 정유사업 못지 않은 영업이익을 내며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변동성이 적고 부가가치가 높은 장점이 십분 발휘됐다. 정유업계 신규 투자가 화학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런 성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정유업을 제치고 제1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날도 멀지 않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5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정유업체 부문별 수익을 집계한 결과, 화학부문 영업이익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9조5205억원, 영업이익 3조2286억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석화 계열사인 SK인천석화, SK종합화학 합계 영업이익은 1조2892억원으로 역시 사상최대치다. SK이노베이션이 석화사업에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석화를 포함한 비정유부문 비중은 54.5%까지 치솟았다.

에쓰오일도 화학사업 덕을 톡톡히 봤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정유·석화 부문에서 각각 7575억원, 5169억원 영업이익을 거두며 역시 사상최대 실적을 올렸다. 석화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2869억원에서 80.1%나 늘었다. 에쓰오일도 회사 전체 영업이익 중 비정유부문 비중이 55.4%에 이른다.

최근 수년간 이어온 투자가 결실로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는 정제설비 증설, 고도화 등 정유사업 외형확대로 요약되는 1기 투자가 끝난 2010년 전후로 석화부문 투자에 집중했다. 석유제품 대비 다양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높은 수익성을 노렸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고부가가치 화학소재인 넥슬렌 제조 설비 투자를 시작으로 최근 6년간 화학사업에만 4조원을 투자했다. 파라자일렌(PX) 가격 강세로 SK인천석화가 2015년 흑자전환했으며, 중국 시노펙과 합작한 중한석화도 최근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 PX사업을 대대적으로 확장한 에쓰오일도 선제 투자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정유사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최대 호황기로 평가받는 지난해 5%~6%를 오갔을 뿐 매년 1~2%대에 머물렀다. 2012년~2014년 3년간 대다수 정유사가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석화부문은 올해 에쓰오일이 영업이익률 20%를 돌파하는 등 지난 6년간 꾸준히 10%를 웃돌고 있다.

정유업계의 석화사업 의존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와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에 4조7890억원 투자를 결정하고 화학사업 다각화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다우케미칼 EAA사업 인수 등 석화사업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어 정유업계 화학사업 외형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석화사업은 생산 제품이 다양하고 소재 등 하위산업 영역도 넓어 단순한 정유사업 대비 차별화 여지가 많다”며 “부가가치도 높아 수익성도 정유사업 대비 월등히 높기 때문에 신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사업부문별 실적 (자료:각사 공시)>


2016년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사업부문별 실적 (자료:각사 공시)

정유업계, 이젠 `화학`이 주력…신규 투자도 집중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