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한 달 가스비가 5만원이 채 안됩니다. 비슷한 크기(132㎡, 약 40평) 아파트에 거주할 때 15만~20만원씩 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죠. 요즘 난방비 영수증을 볼 때면 그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얼마전 단독주택 최초로 녹색건축인증 최우수등급을 받은 경기도 고양시 `해바람`에 거주하는 김만영씨(한국환경산업기술원 경영기획단장) 설명이다. 친환경 건축자재를 써 가족 건강부터 챙겨보려고 녹색건축인증에 도전했는데, 살아보니 환경 편익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김 씨의 해바람 단독주택(지상 3층, 연면적 196㎡)은 우리나라 단독주택으로는 처음 녹색건축인증 최우수등급(그린1등급)을 받았다. 이 주택은 낡은 노후주택을 철거한 뒤 생태학적 가치가 낮은 기존 토지를 100% 사용했으며, 고단열 설계로 건축물에너지효율 1등급을 받았다. 주택 내 자전거 보관소를 만들고 실내 각 공간에 자동온도조절기를 설치해 난방에너지를 관리한다.
김 씨는 “건물에너지효율 1등급을 받기 위해 단독주택에는 드문 건물 외부에 단열재를 추가 설치하고, 창호로 새는 열은 3중 밀폐형창호로 잡았다”며 “신재생에너지 발전기를 설치하지 않고 고단열 설계만으로 기준을 통과해 추가 비용부담이 적었다”고 말했다.
이 주택은 친환경·저탄소 자재를 주택 내·외부 곳곳에 썼다. 천장 석고보드와 창호 전용 실리콘 실란트, 바닥재 등은 환경마크를 인증 받은 친환경 제품만 사용했다. 이왕이면 탄소배출량이 적은 저탄소 인증제품을 주로 썼다.
실내마감재·창호·외부석재용 실리콘 실란트 역시 환경마크 제품이다. 타일·벽지·석고보드·접착제 등은 실내 공기 오염물질 방출에서 안전한 환경마크 인증자재를 사용했다. 바닥 온돌마루, 정원 합성목재 데크, 주방 방수 석고보드 등은 자원순환자재를 사용해 만들었다.
환경마크 인증제품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포름알데하이드(HCHO)와 같은 실내 공기 오염물질을 엄격히 제한하기 때문에 실내공기질 개선에 좋은 효과를 낸다. 욕실에는 절수형 수도꼭지, 초절수형 양변기, 샤워 헤드를 달았다.
김 씨는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하면 건축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을 했었는데, 실제 집을 지어보니 필요한 자재를 확보하는 부분에서 시간이 좀 지체됐을 뿐 비용 측면에서는 일반 주택 지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단독주택을 지을 때 꼼꼼하게 친환경자재 사용을 건축업체에 요구하면 큰 비용부담 없이 가족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녹색건축인증 최우수등급을 받으면 세제혜택도 있다. 녹색건축 인증 최우수등급과 건축물에너지효율 1등급을 취득하면 건물 취득세가 15% 감면된다. 재산세는 5년간 15% 감면 혜택을 받는다.
그는 “구체적으로 집계하긴 어렵더라도 집을 잘못 지었을 때 건강관리비와 에너지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길게 보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가계에 더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해 녹색건축인증을 시도했다”며 “새 집에 들어온 뒤 가족들 잔병치레도 줄고, 난방비도 절약돼 만족 한다”고 말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
◆녹색건축인증=에너지 절약 및 환경오염 저감에 기여한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인증제도. 최우수 그린1등급부터 일반 그린4등급으로 나뉜다. 2002년 인증제도 시행 후 단독주택이 녹색건축인증을 받은 사례는 있었지만 최우수등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