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기만 꼼수 `결제` 등장...체크카드 줬더니, 직불망으로 변칙결제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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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현명한 소비를 위해 혜택이 많은 체크카드 결제를 애용한다. 한 달 30만원 이상 결제하면 포인트 적립부터 다양한 혜택이 있다. B사 체크카드를 수개월째 이용한다. 얼마 전 한 달 결제액이 부족해 카드 혜택을 받지 못했다. 40만원가량 이용했지만 자주 가는 식당에서 체크카드가 아닌 직불카드로 결제됐다. 집적회로(IC)카드를 이용한 변칙 결제 때문이다. 변칙 단말기를 개발한 밴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형 밴 업체 C사가 체크카드로 결제해도 결제 단말기 내부에서 현금 IC카드로 변칙 결제하는 `변형 단말기`를 보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C사는 체크카드 대비 가맹점 수수료가 저렴한 직불카드망을 이용해 우선 결제가 이뤄지도록 단말기를 보급했다.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맹점의 변형 결제 단말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는 불법이다. 체크카드와 직불카드가 계좌 잔액에서 결제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비슷한 구조다. 그러나 결제 원리, 혜택, 수수료 체계가 다르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사 결제망을 활용하고 직불카드는 은행망을 이용한다. 체크카드는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지만 직불카드는 이 같은 혜택이 없다. 가맹점 수수료는 직불카드가 결제 금액의 통상 1%, 체크카드는 1.5%에 계좌이체 수수료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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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에서 변형 단말기를 도입하려는 이유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고객은 물론 해당 카드사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은 가맹점주가 직불카드망으로 결제하면 각종 포인트 적립을 받을 수 없다. 월 결제 금액을 맞추지 못해 다양한 혜택에서 제외된다. 최근 이런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카드사도 직불카드로 결제하면 가맹점 수수료를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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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도 최근에야 이런 문제를 파악,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밴 업계도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상당수 가맹점이 변칙 단말기를 제공받는 가맹점보다 왜 수수료가 비싸냐며 항의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밴사 관계자는 “변칙 단말기 개발과 공급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엄연히 고객과 카드사를 속이는 행위여서 개발 요청을 받았지만 개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