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 합의 이행 첫 달인 지난달, 약속한 규모의 90%가량을 줄였다. 향후 감산이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올해 국제 유가는 50~60달러를 오가며 안정적 흐름을 보인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9일 원자재·에너지시장 분석 기관 S&P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지난달 OPEC 회원국은 지난해 10월 대비 하루 114만배럴 감산했다. OPEC은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올해 1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10월보다 하루 120만배럴 감소한 3250만배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감안한 첫 달 감산 이행률은 95%에 달한다.
OPEC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우디는 지난해 11월, 역대 최고인 하루 1072만배럴을 원유를 생산하는 등 점유율 확대 정책을 펼쳤으나 지난달 하루 998만배럴로 산유량을 대폭 줄였다. 사우디 생산량이 하루 1000만배럴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5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이외에도 쿠웨이트, 앙골라 등이 감산에 동참했다. 다만 서방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지난해 원유 재생산에 나선 이란 산유량은 하루 372만배럴로 전월 대비 3만배럴 늘었다.
이로써 OPEC 회원국 산유량은 두 달 연속 하락했다. OPEC 회원국 지난해 12월, 생산량을 전월 대비 하루 28만배럴 줄였었다.
OPEC 등 산유국은 그동안 감산에 합의하고도 실제 이행에 있어선 적극적이지 않았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1982년 이후 OPEC은 17차례 생산량 조절했지만 감산 목표 달성률은 평균 60%에 그친다. 이 때문에 지난해 OPEC 합의 이후에도 감산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시선이 우세했다.
하지만 두 달 연속 생산량을 줄이면서 OPEC은 물론 하루 55만8000배럴을 줄이기로한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 감산 이행도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감산이 지속되면 유가도 상승 기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유가 상승에 따라 미국 셰일가스 리그(굴착공)수가 늘고 있어 국제유가는 50~60달러대 박스권을 오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산 합의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됨에 따라 유가는 상향 기조를 나타낼 전망이지만 최근 미국 셰일가스 개발이 다시 활기를 띄면서 국제에너지기구가 셰일오일 생산량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면서 “셰일가스 채산성 확보 수준인 배럴당 60달러가 국제유가 저항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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