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기승전 `배달`… 푸드테크, 지금부터 진짜 승부

[이슈분석] 기승전 `배달`… 푸드테크, 지금부터 진짜 승부

식료품 구입비는 전체 가계 지출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경기 여부와 상관없이 소득의 20% 가까이 먹는 데 쓴다. 돈이 몰리면 자연스럽게 관련 산업도 발전한다. 음식과 정보기술(IT)이 융합한 푸드테크가 최근 몇 년 동안 미래 신산업으로 주목받은 이유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는 속도에 비해 기술 발전 속도는 더디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다양해졌지만 속을 뜯어보면 음식을 누가 더 빠르게 전달하는가 하는 싸움으로 귀결된다. 지금까지는 배달 및 정보 제공 위주로 산업이 커 왔다. 후발 주자에게 기회가 열려 있는 역설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부터가 진짜 승부”라는 말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만개의 레시피 홈페이지 캡쳐.
만개의 레시피 홈페이지 캡쳐.

◇푸드테크 현주소 `배달·레시피·맛집`

국내 푸드테크 산업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음식 배달 분야를 비롯해 레시피 제공, 맛집 정보 안내 업체가 주를 이룬다. 배달은 다시 세분화된다. 식자재, 고급요리, 반조리 음식 등 배달 품목에 따라 구분된다.

영향력만 놓고 보면 배달 전문 푸드테크 업체가 1위로 압도한다. 스타트업이라는 꼬리표가 어색해진 `배달의민족`(배달 앱)이 속해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대규모 외자 유치에 성공했다. 중국계 사모펀드 힐하우스캐피털 컨소시엄으로부터 570억원 규모의 자금을 따냈다. 2015년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주문 횟수가 2억건을 돌파했다.

허니비즈 배달 서비스 `띵동`도 같은 해 12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은행, 한국투자파트너스, 포스코기술투자, 아주IB투자 등 다수 기관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받았다. 이 밖에도 요기요, 배달통, 부탁해, 푸드플라이 등이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식재료를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인기다. 마켓컬리는 식자재 구매 온라인 쇼핑몰이다. 지난해 150억원 상당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2015년 5월에 문을 연 이후 2년도 채 안 돼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헬로네이처와 배달의민족이 제공하는 배민프레시도 비슷한 서비스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밀킷(Meal Kit) 플랫폼을 도입했다. 음식 재료를 잘게 나눠서 배달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 이미 검증받은 사업 모델이다.

고급 음식 배달 업체도 뜨고 있다. 해외 유명 음식을 공급한다. 자체 주방을 갖췄다는 게 특징이다. 셰프온과 플레이팅이 대표 기업이다. 셰프온 평균 객단가는 3만~4만원이다. 조리가 끝난 요리와 반조리 상태 음식을 배달한다. 반조리 음식은 포장지를 뜯고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을 수 있다.

레시피를 공유하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만개의레시피, 이밥차, 해먹남녀, 쿠킹메이트(밥타임) 등이 포진해 있다. 이 밖에도 `오늘뭐먹지`와 같은 맛집 추천 애플리케이션(앱)이 푸드테크로 분류된다.

◇반격 시작…변화의 바람 `꿈틀`

배달 중심의 기존 시장 구조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복수의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업 가능성에 기반을 둔 투자가 다수 이뤄졌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철저히 현금 흐름에 맞춰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돈을 벌 수 있는 방식이 명확하지 않으면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것이다.

수수료 수익 비중이 높은 배달 업체에는 희소식이다. 커뮤니티 형식으로 운영되는 레시피와 맛집 업체는 수익 구조를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는 숙제를 받았다.

그러나 신선한 바람도 불고 있다. 동원홈푸드가 돌풍을 예고했다. 지난해 국내 최대 가정 간편식(HMR) 온라인몰 더반찬을 인수한 뒤 배달 속도 경쟁에서 벗어나 음식 맛과 신선함에 초점을 둔 새로운 푸드테크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생산 규모와 유통망을 확대, 소비자에게 번거롭지 않으면서 맛있고 신선한 반찬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신호탄으로 오는 3월 인천 부평공장을 서울 금천구 가산동으로 옮긴다. 생산 능력을 늘리기 위해서다. 연매출 1000억원 이상 거두는 게 목표다.

만개의레시피도 필살기를 준비했다. 스마트홈과 같은 새로운 먹거리 사업과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이마트와 손을 잡았다. 삼성은 냉장고 속 식재료를 파악한다. 만개의레시피는 이들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과 레시피를 소개한다. 이마트는 부족한 식재료를 배달한다.

기업간거래(B2B) 형태의 서비스도 주가를 올리고 있다. B2B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는 최근 80억원에 이르는 후속 투자를 끌어내며 주목을 받았다. 기업 맞춤 식대 관리 솔루션 `식권대장`은 아예 새 영역을 구축했다. 종이 식권을 모바일로 대체, 기업과 직장인 사이에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조정호 벤디스 대표는 9일 “우리나라는 푸드테크 가운데 기술보다는 음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뒤집어 보면 테크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이 남아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푸드테크 국내 주요 업체 현황

(출처= 더벤처스)

[이슈분석] 기승전 `배달`… 푸드테크, 지금부터 진짜 승부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