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기술의 `빠른 상용화`가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다. 올해 일본 `나노테크` 전시회에 참가한 주요 기관·기업은 획기적 신기술보다 기존 기술 응용과 생산성 향상에 주력했다. 생활용품 적용에 유리한 신소재 셀롤로오스 나노파이버도 영역을 넓혔다.
일본 소재기업 제온(ZEON)은 가격을 5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단일벽 탄소나노튜브(SW-CNT)를 선보였다. 화학기상증착(CVD) 공법으로 합성하는 이 회사 SW-CNT는 가격이 1그램(g)당 1만원대다. SW-CNT는 뛰어난 물성에도 불구하고 1g에 50만원을 육박하는 고가여서 상용화에 어려움이 많았다. 제온은 독자 생산 공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 `슈퍼그로스 CNT`로 명명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실제 응용 제품도 선보였다. 불소계 수지에 SW-CNT를 분산해 시트 타입의 방열재(TIM:Thermal Interface Material)로 만들었다. 열 전도도가 30와트(W)에 이를 정도로 성능이 좋다. 극미량으로도 전도성을 구현할 수 있는 SW-CNT 특성을 응용, 투명한 대전방지 필름을 전시했다.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는 웨어러블 기기용 열전소자를 출품했다. 인체에서 나오는 열을 전기로 바꿔 기기 전원 문제를 해결한다.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만 있어도 체온으로 충전되는 식이다. 기존 열전소자는 세라믹이 주류였지만 AIST 개발품은 유기소재 기반 필름 형태다. 스크린프린팅 공법으로 만들 수 있어 경제성이 있다.
국가관으로 참여한 태국은 나노 캡슐을 이용한 생활용품으로 이목을 끌었다. 모기퇴치제에 들어간 식물 추출물을 나노 캡슐로 감싸 효능이 장시간 유지되도록 했다. 같은 기술로 6개월 이상 향기가 지속되는 아로마 제품도 선보였다.
조진우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나노융합 PD는 “나노 캡슐은 고난도 기술은 아니지만 약물의 표적 전달, 화장품과 항균 제품의 장시간 유지·전달 매체로 활용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닛타(Nitta)는 탄소섬유(Carbon Fiber)에 CNT 코팅을 입힌 프리프레그를 출품했다. 일반 탄소섬유보다 50% 이상 강도가 세졌다. 탄소섬유는 초경량·고강도 소재로 주목받고 있지만, 자동차 등 산업용 구조재로 쓰려면 고가·고급 제품을 도입해야 한다. CNT 코팅으로 강도를 개선하면 저가 탄소섬유로도 고가에 준하는 성능을 낼 수 있다.
최근 나노테크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소재 셀롤로오스 나노파이버는 이번에 전용 부스가 마련됐다. 셀롤로오스 나노파이버는 생·폐목재에서 추출할 수 있는 나노 소재다. 복합소재로 만들면 강도는 철의 5배, 무게는 5분의 1 수준이 된다. 무엇보다 목재 추출물인 만큼 환경·인체 친화적이다.
일본에서는 이 소재를 고무, 플라스틱에 응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신발, 부채살, 컵 등 다양한 응용 사례가 전시됐다.
조진우 PD는 “이번 전시회 특징은 셀롤로오스 나노파이버 전시가 대폭 늘어 단기간에 응용 제품이 봇물을 이룰 가능성을 보여줬다”면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에서는 CNT가 강세를 보이겠지만 인체 친화성이 중요한 생활용품에서는 셀롤로오스 나노파이버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일본)=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