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원인 단백질을 잘라낼 수 있는 물질이 개발됐다.
임미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팀은 알츠하이머병 원인으로 지목돼 온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가위처럼 절단하는 전이금속 기반 착물(complex)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임 교수팀이 개발한 착물은 가운데 금속을 넣은 독특한 구조로 실제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원인으로 추정되는 물질은 몇 가지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관찰되는, 노인성 반점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그 가운데 하나다.
임 교수팀은 금속 착물을 이용해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절단하는 이론을 세웠다. 기존에도 금속 착물에 대한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생체 내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물질에 관한 보고는 없었다.
임 교수팀은 이후 `테트라-엔 메틸레이티드 클램(TMC)`이라는 결정 구조를 이용하면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가수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가수분해는 물 분자의 작용으로 분자의 결합구조를 끊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금속 이온을 중심에 배치한 TMC는 외부에서 물을 끌어와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결합을 효과적으로 분해했다.
TMC 구조의 중심에는 코발트, 니켈, 구리, 아연 4가지 금속을 적용했다. 이중 코발트 적용 TMC의 가수분해 활성도가 가장 높았다. 코발트를 적용한 금속 착물은 뇌-혈관 장벽을 투과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고, 비아밀로이드성 단백질에 대한 가수분해 활성은 낮았다.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유발하는 독성을 완화하는 효과도 살아있는 세포 실험으로 확인됐다.
임 교수는 “코발트 착물은 가수분해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결합을 끊어 독성을 낮출 뿐 아니라 이 단백질에서 나온 독성 자체도 완화할 수 있다”면서 “뇌-혈관 장벽을 투과해 뇌 속의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까지 닿을 수 있어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로의 잠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재흥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박기영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김선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가 함께 한 이번 연구 성과는 15일자 미국화학회지(JACS)에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실렸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