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전체 국민 12억여명의 지문과 홍채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거대 프로젝트인 `인디아 스택(India Stack)`을 추진하고 있다. 생체인증용 디지털 정보 수집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5년간 12억달러(약 1조3700억원)를 투입한다. 인도 정부는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디지털 화폐` 정책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지난해 11월 뉴델리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도의 이 같은 노력을 “세계서 가장 디지털화한 경제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디아 스택`은 인도 금융 기술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유명 금융기관 크레딧스위스는 인도 금융 기술 규모가 인디아 스택 덕분에 현재 20억달러에서 2026년 6000억달러로 300배나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집 정보를 민간에 개방하는 덕분에 관련 기술 스타트업도 잇달아 생기고 있다.
부작용도 있다. 정부 주도의 `빅 브라더`를 연상 시키는 이 프로젝트에 일부 시민단체는 프라이버시 문제를 제기하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인디아 스택은 다른 나라 생체인증 사업과 비교해 규모 등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에스토니아와 알바니아, 이라크 같은 비교적 작은 나라도 생체인증 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또 선진국인 유럽과 미국은 여권과 국방 등 일부 민감한 분야에 생체 인증을 도입했다. 영국 정부도 2005년 생체 주민증을 도입했는데 프라이버시 문제로 2011년 정부가 수집한 모든 데이터를 폐기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인도 정부는 `인디아 스택` 사업으로 얻은 정보를 민간기업이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생체정보가 각종 거래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 대표 정보통신(IT) 기업 인포시스 창업자는 “수집한 인증 데이터를 유치원부터 차고까지 사용할 수 있다. 혁신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며 활용 범위가 무궁함을 강조했다.
인도 정부가 `인디아 스택`에서 노리는 것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생체 인증 풀을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민간 기술 및 서비스 활성화다. 빌 게이츠는 `인디아 스택`에 대해 “어느 정부도 못해본, 심지어 선진국도 못해본 것”이라며 놀라워 했다.
인디아 스택으로 `에듀길드(Edugild)`라 불리는 인도 기술 인큐베이터와 투자자들도 활황세다. 앨리서 벤처(Alixor Venture)라는 벤처투자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시민 건강 기록을 약국이나 병원에 제공하는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투자, 주목받고 있다.
시민권을 옹호하는 단체들은 인디아 스택에 따른 하이테크 붐은 좋지만 프라이버시 문제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렌드리 모디 인도 수상이 인도 프라이버시를 유럽 수준으로 높이는 새 법안을 연기하면서 프라이버시 우려가 가중된 상태다. 뱅갈로르에 있는 인도 싱크탱크 중 하나인 `인터넷&사회 센터` 대표 수나일 아브라함은 “인디아 스택으로 프라이버시 문제가 우려된다”면서 “일종의 기술 만능주의인 `테크노 유토피아`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디아 스택`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 아키텍트 프라모드 바르마(Pramod Varma)는 “프라이버시와 사이버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인디아 스택`에 사용하는 제품 스펙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SJ은 인도가 종이 없는, 현금 없는 사회를 지향하며 디지털 미래로 점프업하고 있다면서 “기술기업가, 헬스케어 사업자, 앱 개발자에게 큰 기회를 제공하지만 중앙집중적 인도 정부 정책은 프라이버시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