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세계 헬스케어 시장 화두로 떠올랐다. 개인 건강관리는 물론 병원 경영 효율화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전통 의료 정보 기업을 포함해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까지 뛰어들었다. 헬스케어 7대 강국을 외치는 한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소외되는 분위기다.
20일(현지시간) 개막된 미국 올랜도 `2017 세계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HIMSS)` 전시회에서 데이터 표준화, 상호 운용성, 분석 기법, 비즈니스 모델 등을 축으로 다양한 기술과 솔루션이 선보였다.
HIMSS 전시회는 의료 정보 분야 CES로 불린다. 23일까지 열리는 행사에서 정밀 의료에 기반을 둔 건강관리와 병원 경영 효율성이 핵심 주제다. 개인의 신체·유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를 구현하고, 수익성이 악화된 병원의 경영비를 줄이는데 관심이 모아졌다.
기업은 `데이터`를 해결사로 꼽았다. 임상, 유전자, 생활습관 정보를 분석한 정밀 의료를 구현한다. 환자 동선, 입원과 수술 현황, 내원 패턴 등을 분석해 인력 및 물자를 효율 분배한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접목되면서 정밀 의료와 데이터 기반의 병원 경영 효율화 솔루션이 가시화됐다. 데이터 분석의 효율성을 높이는 클라우드가 선봉에 섰다. 병원별로 산재된 데이터를 클라우드 공간에 모아 분석을 용이하게 한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 전자의무기록(EMR)이나 분석 도구 등을 클라우드로 빌려 쓰고, 보안도 외부에 맡긴다. 정밀 의료와 경영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클라우드 EMR 업체 아테나헬스와 이클리니컬워크스의 전시 부스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두 기업은 도입 비용을 받지 않는 대신 병원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받거나 광고 등 부가 수입을 수익 모델로 내세운다.
아테나헬스 관계자는 “중소병원 중심으로 데이터 분석과 비용 절감을 위한 클라우드 EMR 도입이 늘면서 지난해에만 58개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면서 “지난 한 해 미국에서만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리며 가파른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EMR 시장을 양분하는 에픽, 서너 등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호스트 서비스 등으로 클라우드 전략을 추진한다.
구글은 개인건강관리를 위한 `구글 클라우드 헬스케어 플랫폼`을 전시했다. 확장성과 보안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각종 기기로 수집한 정보를 클라우드에 저장, 헬스케어 기업과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빅데이터 솔루션도 구체화됐다. 필립스는 빅데이터 기반의 질병 예측 솔루션 `케어세이지`를 선보였다. 헬스 스위트 플랫폼에 수집된 건강 데이터를 분석,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짙은 환자를 의료진에 알려준다.
국내 기업 가운데에는 에이치스퀘어가 병원 운영 알고리즘 기반의 경영 효율화 솔루션으로 주목 받았다. 빅데이터 기반의 병원 경영 지원, 환자 건강관리 솔루션 기업 20여개가 밀집된 별도 전시관도 운영됐다.
최근 화두인 AI 적용 솔루션도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MS, IBM은 헬스봇과 왓슨을 선보였다. 각각 AI 기반 건강관리 챗봇, 진료 지원 역할을 한다. 모두 빅데이터 분석 환경이 구축됐기에 가능했다.
지미 로메티 IBM 회장은 “세상에 존재하는 정보의 80%가 인터넷에 있고, 그 가운데 90%는 이미지 기반”이라면서 “헬스케어에 쓸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되기 때문에 적합한 데이터를 걸러 내고 분석하는 게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이 개념 차원에 머물러 있던 `의료 데이터`를 비즈니스로 본격 연결한 것은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크다. 미국만 하더라도 만성 질환자 또는 위험군 질병이 악화되지 않게 관리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한국은 클라우드에 대한 우려와 반감이 여전하다. 병원 경영 효율화에 관심이 적다. 지난해 클라우드나 빅데이터를 활용을 위한 제도의 제약이 일부 풀렸지만 미흡한 수준이다. 병원마다 데이터 규격이 다른 데다 공유 체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다년간 HIMSS를 다녔지만 올해처럼 의료 영역에서 클라우드, 빅데이터 솔루션이 구체화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올랜도(미국)=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