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미래모임]박경미 의원 "4차 산업혁명 대비한 역량 강화 교육 절실"

인류가 아라비아 숫자를 보편적으로 쓰기 시작한 지 500년밖에 안 됐다. 13세기 초만 해도 유럽에서는 로마 숫자를 썼다. 로마 숫자는 표기도 불편하지만 계산하기는 더욱 어려워 `계산가`라는 직업이 나왔다. 변호사처럼 전문으로 계산해주는 직업이다. 상업이 발달하면서 이자 계산 등 복잡한 계산 필요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아라비아 숫자 보급으로 계산가가 사라졌다. 계산가의 소멸은 천천히 일어난 변화였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는 직업의 생성과 소멸 주기가 굉장히 빨라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특정 직업을 겨냥한 맞춤 교육은 어렵다. 학생들은 학습하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 평생학습이 필수기 때문이다. 단순 암기가 아니라 역량 강화가 중시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 중학생은 가장 학습 능력이 좋은 시기에 기술과정, 목재의 종류, 플라스틱 종류 등을 외우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한다. 단편적, 분절된 지식을 얻는 데 힘쓴다. 검색만 해도 나오는 지식을 암기하는 데 그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다. 창의적 문제 해결능력, 의사소통, 협업, 심미적 감성 등을 고루 배양해야 한다. 소프트웨어(SW) 코딩에 필요한 논리적 사고력도 중요하다.

우리 교육에 적신호가 켜졌다. 1, 2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암기력이 뛰어난 학생을 필요로 했다. 3차 산업혁명 시대는 정보 습득력이 뛰어난 학생을 양성하는 게 목표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마저 바뀐다. 수학에서 아직도 정형화된 문제를 무한 반복해 얼마나 정확하게 빨리 푸느냐를 측정한다. 그것은 로봇이 가장 잘 하는 영역이다. 다른 교육 영역에서 치중하는 것도 AI나 로봇이 가장 잘 하는 분야다. 시대 변화와 동떨어진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주어진 상황을 수학적 수식으로 모델링하는 것이 중요하지 푸는 것은 공학도구를 이용해도 된다. 현실을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그런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제의식은 공감한다. 실제 역량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입시가 바뀌어야 한다. 딜레마가 여기에서 발생한다.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 등 역량을 평가하려면 학교에서 상시 이뤄지는 과정 중심 평가가 강화돼야 한다. 수능 같이 정형화된 측정이 어렵다. 수시가 강조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전형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정시 위주로 대선 공약이 나온다.

혼란한 정국 속에서도 국회에서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여”라는 말이 어느 곳에나 따라붙는 수식어가 됐다. 혁명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고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해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관련 지식과 기술만 가르치면 안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능력,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 이를 토대로 한 융합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