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미래모임]"4차 산업혁명 시대 부처 칸막이 없앤 통합 관리 필요"

정보통신미래모임에서는 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 사회로 각 당 ICT 대표 주자 송희경, 박경미, 신용현 의원과 기업·학계 인사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다. 윤완수 웹케시 대표, 최백준 틸론 대표,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참석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발전방향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4차 산업혁명 기초가 되는 융합형 인재 양성부터 연구개발(R&D) 사업, 정부 거버넌스 역할까지 다양한 주제를 놓고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부처 칸막이를 없애고 기업, 연구자 등 다양한 주체 목소리까지 통합·관리하는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공감했다.

▲참석자(가나다순)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윤완수 웹케시 대표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최백준 틸론 대표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융합형 인재 교육이다. 인력 양성에 대한 산업계 목소리 반영과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

◇윤완수(웹케시 대표)=지난 3, 4개월 동안 머신러닝, 빅데이터, 인공지능 전문가 찾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엑소브레인 팀도 만나고 교수도 만났다. 그런데 없다. 금융분야에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준다고 해도 맡길 팀이 없다. 당장 인력 충원은 기업이 해결해야 한다.

새로운 트렌드가 나오면 새로운 기술 전문가가 필요하다. 교육이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시장 수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되지 않아도 4, 5년 안에 공급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이 과정을 촉진하는 게 필요하다. 정책적으로 인재 양성 촉진 방안이 있어야 한다.

◇박경미(더불어민주당 의원)=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중요한데 전문인력 양성은 부족하다는 산업계 목소리가 있는 것은 파악했다. 현실 응용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상아탑에 갇히지 말고 산업현장과 유기적으로 연관돼야 한다.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중 산학협력대학(LINC)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고 산학협력 마일리지를 두어 산학협력 참여 산업체에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산업체 현장실습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현장성 강화가 기초 공학 지식을 다루는 과목에 대한 소홀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에서 특정 직업 맞춤으로 교육하더라도 직업현장에서 재교육은 필요하다. 대학에서는 기본 소양을 충실히 닦아주고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해 평생 학습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프라임 사업은 융합을 강조하다보니 학과를 통폐합하면서 정체불명의 학과를 만들어 냈다. 서피스·인테리어디자인학과는 학과명 자체로 학과에서 다루는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융합 시대인 것은 확실하지만 학부에서는 공대 전통적 학과 구조를 유지하고 대학원 전공 차원에서 융합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부가 구체적인 방향성에 따라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제안하고 대학이 이에 종속되는 구조보다 각 대학이 특성화를 도모하고 교육부는 이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주도 경제개발 논리에 따라 성장하던 시대가 저문 것처럼 대학 특성을 존중하고 다양한 대학이 공존해야 한다.

국가가 공학교육 방향을 지나치게 좌지우지 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공학교육인증제도는 초기에 공학교육을 표준화하면서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학교육 인증을 받기 위한 서류 준비와 행정 절차가 늘어나 공대 교수 연구력을 저해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대학 커리큘럼에 반영되도록 강제하는 것도 지나치다. 산업체에 따라 TOPEC(Test of Practical Engineering Competency), TOPCIT(Test of Practical Competency in ICT)과 같은 시험 점수를 요구한다.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이런 시험에 대비하며 비생산적인 시간을 보낸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감독할 필요가 있다.

◇송희경(자유한국당 의원)=원천기술 확보 인력과 산업 인력은 분리해야 한다. 산업기술은 비즈니스 영역으로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대학은 제너럴리스트를 키우는 교육이다. 학교에 있는 인턴십 통해 산업 맞춤형 인력을 만들어야 한다. 산학연과 지자체가 어울려서 지역 활성화 맞춤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 R&D 인력을 키워 산업으로 기술을 이전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집중해야 한다. 단기성과 위주로 평가받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평가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장기간 평가해야 한다.

◇이경호(고려대 교수)=융합형 인재교육을 위해 대학 틀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고민했다. 융합형 인재 교육에 대해 10여년 가까이 정책적 노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중고등교육 문과와 이과, 대학 전공 간 괴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향후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없나.

◇박경미=단순히 문·이과를 통합하고 대학이 계열과 무관하게 학생을 선발한다고 해서 융합형 인재가 저절로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유연한 사고력, 적응력, 의사소통 능력이 융합형 인재 근간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방식, 수업 방식, 평가 방식, 교육과정까지 변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초중고 과학중점학교, 경기도교육청 학습공동체, 교육부 추진 거꾸로교실, 혁신학교 등에서는 토론식 수업을 통한 융합교육이 잘 이뤄진다. 서울대 공대의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도 대표적이다. 매년 학기말 열리는 캡스톤 디자인 대학 발표회도 있다.

이런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막상 초중고 학교 현장 얘기를 들어보면 교사들이 4차 산업혁명, 융합교육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구체적 방법을 잘 모른다. 융합교육 정의부터 시작해 교사 연수 강화 등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사회=4차 산업혁명 선점을 위해 국가 R&D 전략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떤 문제점이 있으며 개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백준(틸론 대표)=기계를 직접 다루는 SW교육이 열악하다. HW와 SW가 융합된 R&D 과제가 나왔으면 좋겠다. 향후 정부에서 이런 과제를 개발할 의향이 없는가.

◇신용현(국민의당 의원)=국가 R&D 예산이 연간 15조원쯤 된다. 기초연구나 풀뿌리 연구에 배정되지 않았다. 기업 위주로 투자가 집중되고 연계가 안 된 기술은 투자가 안 됐다. 겉으로 보기엔 IT투자가 굉장히 많이 됐을 것 같다. 하지만 삼성, LG에서 하는 것과 직접 연계가 안 되는 분야는 교수들이 연구비를 못 받아서 힘들어 했다. 관련 프로그램 자체가 작았다. 정부가 R&D 투자 시 개인에 근간해 과제를 줘야 한다. 기존에는 과제에 근간해 돈을 줬고 대학도 사업단 위주로 줬다. 교수가 관심 있는 연구를 하도록 놔두면 저변에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기술이 이미 깔렸을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선택 집중을 했다. 로봇을 잔뜩 연구하다가 지원 끊어지면 공중에 뜬다. 우리 지원 체계가 기초나 기반 기술에 대한 것을 연구자 사람 중심으로 체계를 바꾸면 상당 부분 해결된다.

당장 산업 육성에 필요한 융합기술은 수요자 중심으로 배정해야 한다. 기존에는 연구 과제 필요성을 연구자가 판단했다. 교수가 잘 하는 분야를 제안해 기업과 관계가 단절된다. 수요자 중심으로 기업이 필요한 과제를 내서 풀어야 한다. 자율주행차, 핀테크 관련된 것을 기술, 제도, 법, 인프라, 시험인증 등 한꺼번에 틀을 짜서 가야 한다.

◇최진성(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과학기술은 산업발전 도구가 아니라 서로 수혜와 혜택을 얻는 관계다. 둘이 잘 맞물리려면 거버넌스 체계가 자리잡혀야 한다. 기반기술 확보와 시제품은 정부 주도, 학교 기관 주관이 됐다가 상용화로 넘어가면 민간 주도로 이관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잘 안 되는 이유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연결되는 부분이다. 바통 터치 단계에서 잘 해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신용현=우리나라는 칸막이 효과가 크다. 부처 안에 부서별, 부처별 칸막이가 있다. 개발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기술이 수요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수요가 기술을 견인할 수도 있다. 둘이 맞물려야 하는데 우리는 대학은 교육부, 기업은 산업부 관할이다. 그곳만 바통 터치가 안 되는 게 아니라 각 단계가 바통 터치가 안 된다.

처음부터 수요나 수요자를 염두에 두고 연구를 하는 게 아니라 연구자 생각으로 연구비를 받는다. 기업으로 안 간다. 교수가 하는 것도 정부 돈이 들어가는 것은 쉬운 단계까지다. 제품이 나오기 전 기술개발 수준에 머물러 실제 제품 개발은 기술 이전 받은 업체가 다시 해야 한다. 이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가 통합운영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칸막이 쳐서 미래부 몇 조원, 산업부 몇 조원 배정하는 연구비를 통으로 놓고 진행해야 한다.

기초나 풀뿌리 연구는 사람 바탕으로 배정하고 대신 대규모로 해야 하는 응용 분야는 철저하게 수요 위주로 해야 한다.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를 전북대에 300억원 넘게 투자해서 만들었다. 그 안에 사람이 8명 밖에 없다. 건물 짓는 것까지 지원했고 교육부가 지원을 못해서 놀리고 있다. 그런 비효율을 없애려면 통째로 관리해야 한다.

◇사회=4차 산업혁명을 이끌 새 정부 거버넌스 구성이 필요하다. 송 의원이 제기한 혁신부총리제처럼 정부 역할을 개선할 방향은 무엇인가.

◇윤완수=도대체 어디를 건드려야 전체가 움직일까. 기술, 인력, 교육 어느 부분인가? 나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을 쳐다보고 고민을 해결해 주는 쪽에 자원과 에너지를 쏟으면 다 같이 해결된다. 4차산업 기업 수가 어느 정도 되나. 많아봐야 수백개밖에 안 된다. 기업의 고민을 파악하고 정책적 자원적 에너지 공급을 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점을 파악하고 있나.

◇송희경=산업을 만들면 법이 뒤에 따라와도 된다. 유럽형이 아니라 개방해서 장을 만들어야 한다. 화장품 산업이 폐쇄적 선규제를 만들지 않아 활성화된 경험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규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가 중국처럼 자금을 만들고 어디에 쓸지 관장하는 컨트롤타워가 정말 부족하다. 혁신부총리를 만들어 모아 관리해야 한다. 13개 부처에 자원을 나눠주면 중복이 많다. 교육도 용기가 필요하다. 대학 스스로 맞춤형 인재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생존이 안 된다.

아마존 스타일로 가야 한다. 클라우드 플랫폼을 만들고 수천개 오픈 이노베이션 서비스가 생겨나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기업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해야 하고 국가자금 가진 출연연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이런 작업은 전체적 마인드맵을 관리하는 혁신부총리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드론 스타트업이 얼마나 있고 특허가 얼마나 있는지 정부가 파악해서 집중적인 육성과 자금 투입이 급선무다. 하루, 1년 안에 엄청나게 뒤처질 수 있다.

◇신용현=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한다. 전 부처 R&D를 합쳐서 실시해야 한다. 주체가 관료가 되면 부처들이 자기 몫 안 내놓으려 한다. 중심 역할을 지금처럼 경제관료가 하는 것도 있지만 전문가 집단, 기업, 연구자 등이 상근으로 들어와 체계적으로 하는 방안도 있다.

정부가 핀테크 육성을 로봇 육성처럼 처음엔 잘 하다가 궤도에 들어가면 규제를 만든다. 착한 규제가 아니라 발목을 잡는 규제가 상당히 많다. 종합적으로 보려면 기업 수요가 앞서가고 정부는 밑받침, 바탕을 끌어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정부가 R&D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뒤에서 밀어줘야 한다. 화장품이 유일하게 네거티브 규제다. 규제를 없애는 것은 중요하다. 동시에 시험, 인증 같은 규제를 적시에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이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면 그렇게 하기 힘들다. 처음부터 민간 의견 반영이 필요하다.

◇송희경=규제는 필요하다. 사생활 침해 등 윤리성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기본적 잣대를 놓고 윤리성, 안전성 위배에 대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너도 나도 네거티브 규제가 좋다고 하지만 정부가 가져갈 가이드라인을 규제로만 명칭해서도 안 된다. 규제 완화와 꼭 필요한 규제 사이 균형을 맞추려면 총괄해서 조율하는 주체가 필요하다.

◇최백준=모든 주체를 아울러 통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혁신부총리 필요성에 공감한다. 다음 단계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송희경=국가적 거버넌스가 있을 것이고 사회적 통합에 의한 거버넌스가 있을 것이다. 이미 생산성 극대화해서 이익을 얻는 시대는 제조업에서 지나갔다. 최적화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차가 바로 전통 자동차를 100% 대체하지 못한다. 전통 자동차 수요는 서서히 내려가고 자율주행차 수요는 서서히 올라간다. 로봇이나 인공지능 기술을 써서 기존 자동차 업체를 혁신시켜야 한다. 맞춤형 스마트 공장 패키지를 공급해 전통 자동차 산업도 경쟁력을 가지게 해야 한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자연히 올라간다. 산업별로 어디가 잉여 부분이고 어디가 부족한 부분인지 알면 생산성을 올리고 전체 일자리 증가를 우상향으로 만들 수 있다.

◇신용현=사회가 기술 발전에 대한 충격을 덜 받고 수용하는 정부 거버넌스 역할이 중요하다.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면 운전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통사고책임과 처벌 기준을 합의해야 한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많아서 생각할 것도 많다. 사회영향 평가, 일자리 교육, 평생 재교육 등 뒤에서 만들어야 하는 전략이 많이 있다. 모두를 아우르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산업 경쟁력 제고가 중요하다. 갈등이 발생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갈등 최소화 방안이 필요하다.

◇박경미=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IT인프라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4차 산업혁명 교두보로 삼도록 머리를 맞대고 시작하는 단계다. `정치권`이라는 단일 이름으로 구체적인 장기 계획이 나오기 쉽지 않다. 산학연, 정부, 국회가 협력해야 하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지만 구체적 협력 방안은 단위별 혹은 단위 내에서도 각자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이에 대한 합의를 이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리=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