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벤처붐을 타고 무수한 기업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후 두 차례 이어진 글로벌 경제 위기와 경기 위축으로 대부분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때 설립됐던 기업이 지금도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면 “대단하다”고 말한다. 김성경 스냅스 대표도 그런 벤처인 중 한사람이다.
30대 초반에 창업해 지금 40대 중반을 넘어가지만 아직도 그는 창업 때처럼 열정이 넘친다.
“잘 지내셨냐?”는 형식적인 질문에 “저희, 그동안 많이 성장했습니다. 공장도 확장하고 해외진출도 준비 중입니다”라는 자신감 넘치는 답이 돌아왔다.
스냅스는 온라인 인화·포토북 시장에서 꽤나 입지를 굳힌 브랜드다. 회사 이름과 같은 스냅스 앱(애플리케이션)은 예비신부나 새내기 맘 사이에선 필수 앱으로 여겨진다.
앱은 유명해도 그걸 만든 김 대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남대문 시장에서 카메라 사업을 시작해 온라인 인화 서비스에 진출한 그는 2009년 스냅스를 만든 후 이를 키워왔다. 서비스 범위도 사진인화와 포토북에서 액자, 휴대폰 케이스 등으로 넓어졌다. 회사를 옮기며 공장도 키웠고 더 확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올해는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 무수히 스러져간 벤처들이 꿈에 그리던 코스닥 상장을 목전에 뒀다. 상반기 상장심사를 받고 하반기 상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금도 상장 기준은 충족하지만 좀 더 좋은 조건에서 상장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연내 코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틈틈이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다니며 경영인으로서 전문성도 쌓고 있다.
김 대표는 포토북 시장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도 수없이 많은 사진 관련 서비스가 경쟁을 벌이고 있고 SNS와 포털에서 온라인 사진첩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사진이나 앨범이 사용자에게 주는 아날로그적 감성까지 다 충족시키진 못하고 있다.
“포털과 SNS 사진첩은 우리 경쟁상대가 아닙니다. 이들 서비스와 연동으로 고객이 보다 쉽게 사진과 포토북을 만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공생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PC화면으로도 사진을 볼 수는 있지만 추억을 조금은 색다르게 간직하려는 감성은 항상 존재합니다.”
이제는 좀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할 준비도 하고 있다. 이미 중국어·일본어 버전 스냅스 앱을 만들었다. 우선 아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배송은 국내보다 3~4일 늦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날로그 감성 포토북 시장에서는 시간이 결정적 문제가 되진 않는다.
김 대표는 “올해 코스닥 상장과 해외시장 개척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점프업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세계시장에 '셔터플라이'라는 강자가 있지만 스냅스만의 입지를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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