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입장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정책 지속성이지 에너지부가 새로 생기건 말건 관심 없습니다. 새 부처가 생기더라도 지금처럼 정책이 제멋대로 바뀌고, 전력시장 구조개편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서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에너지업계가 차기 정부에 바라는 최우선 가치는 정책 지속성이다. 한 번 사업에 수백억원부터 조 단위 투자가 들어가는 산업 성격상 무엇보다 정부가 당초 약속한 것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근래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이다. 지난해만 해도 석탄화력 10기 폐기 계획이 밝혀지는 등 '탈(脫) 석탄' 기조가 뚜렷해 과거 공급 위주 정책과는 다른 정책 방향이 정해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은 계획을 차근히 밟아가는 것 보다는 임기응변 처방이 많았다. 전력시장 개방은 발전분야만 열어둔 채 소매 판매 쪽은 여전히 공기업 독점 상태로 남겨뒀다. 도매시장 가격의 소매시장 반영은 최근에서야 논의를 시작했을 뿐이다. 민간석탄화력에 대해선 도매시장 시장가격대로 수익 정산 방침을 정했지만, 정산계수 도입이나 계약거래 도입, 다시 정산계수 도입 검토 등 방향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 불확실성은 투자 외면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기업은 사업 투자유치시 많은 투자자들이 '정부 현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말한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다수 민간석탄화력을 승인했던 공급 중심 수급정책도 2년 뒤 원전 외 추가 신규설비가 없는 7차계획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급 확대에 따라 국가 예비공급력이 높아지면서 발전소 수익성에 있어서도 업계와 이견을 보인다. 원전 정책과 사용 후 핵연료 문제에 대해서도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에너지업계는 정부가 보다 확실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전기요금이다. 에너지업계는 사회 전반적으로 전기화가 빠르게 진전되는 만큼 에너지 관련 모든 이슈가 전기요금과 결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아직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에 대한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 형식적으로는 전력 판매시장 독점사인 한전이 이사회를 거쳐 전기위원회 심의 이후 산업부 장관의 인가를 통해 요금이 결정되지만 이 과정에서 독립적인 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조정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만 보더라도 전기요금은 산업부보다는 사회적 여론과 국회, 상위 부처 입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에너지업계는 산업부든 새로운 부처이든 주무부처가 전기요금을 비롯해 에너지 가격 결정에 대한 완벽한 독립은 힘들더라도 지금보다 영향력을 키워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신산업 육성 기조에 따라 지금보다 전력생산단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요금 조정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기요금이 지금처럼 원가 상승요인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에너지원별 가격 왜곡으로 석유와 가스 등 전 에너지 분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산업 주요 현안, 자료:산업통상자원부·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취합>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