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인공지능(AI) 바둑 개발에 잰걸음이다.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 수준에 올랐다. 한국은 중국·일본에 뒤처졌다.
지난 18~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기통신대학(UEC) 주최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중국 '줴이(絶藝)'가 일본 '딥젠고(DeepZenGo)'를 이기고 우승했다. 줴이는 텐센트가 지난해 알파고 등장 후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이다. 준우승은 일본 소프트웨어(SW)기업 드완고가 후원한 딥젠고가 차지했다.
줴이 우승, 딥젠고 준우승은 이미 예고됐다. 줴이는 텐센트바둑 한국법인 한큐바둑에서 한·중 고수를 연파했다. 한국 1위 박정환 9단, 중국 1위 커제 9단 등이 포함됐다. 딥젠고는 타이젬에서 프로기사와 대국해 84% 승률을 올렸다. 현장에서 대회를 참관한 양건 프로기사회장은 “줴이와 딥젠고 실력은 최정상 프로기사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개발한 또 다른 프로그램 '이(Yi)'도 출전했다. 일본은 딥젠고 외 21개팀이 출전했다. 전체 31개 팀 중 일본팀이 70.9%이다. 딥젠고 포함해 3팀이 4강에 올랐다. 양 회장은 “알파고 영향을 받은 일본 젊은 프로그래머 경연장이 됐다”고 전했다.
중국과 일본이 컴퓨터바둑대회를 석권한 배경에는 대기업 참여가 있다. 줴이는 중국 텐센트가 100억원을 들여 개발했다. 대회에 개발자, 전략기획담당자, 홍보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팀을 파견했다. 딥젠고도 일본판 유튜브로 유명한 드완고가 후원했다.
중국과 일본 대기업은 알파고 이후 바둑을 AI 개발에 효과적 수단으로 인식한다. 단순 바둑 프로그램 개발이 아닌 AI 개발 도구로 활용한다. 일 년간 투자해 알파고와 대등한 실력을 갖췄다. 구글도 지난해 이세돌 9단 대국 후 고도화를 추진했다. 바둑을 활용한 AI 개발 전쟁에 구글에 이어 텐센트, 드완고도 뛰어들었다.
감동근 아주대 교수는 “텐센트는 줴이 외 형천, 여룡 등 다른 AI 바둑 프로그램도 개발한다”면서 “다른 특성의 AI 바둑을 동시 개발할 정도로 집중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참여가 없는 한국은 뒤처졌다. 한국에서 참여한 돌바람은 8위에 머물렀다. 과거 UEC대회 우승, 작년 5위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경쟁력이 떨어졌다. 국내 대기업은 AI 바둑 개발이 알파고를 뒤쫓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 그만큼 투자에 소극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파고가 던진 메시지는 바둑 잘 두는 프로그램 개발이 아니다”라면서 “바둑을 활용한 AI 개발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표]2017년 UEC 세계컴퓨터바둑대회 결과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