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의 블랙박스]<18> 큰 형 '넷마블'에 하고픈 세 가지 당부

넷마블게임즈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13조원이다. 게임업계가 드물게 맞이하는 대형기업의 등장이다. 최근 우울한 소식만 전한 게임업계에 좋은 소식이다.

넷마블을 떠올리면 몇 가지 재미난 기억이 난다. 2000년대 중반 구로에 위치한 넷마블 본사에 갔었다. 당시 자유분방함을 내세우던 게임회사들과 분위기가 달랐다.

고등학교 교실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책상이 그랬다. 벽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플래카드가 그랬다. '업무에 집중하자'. 현수막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당시 넷마블에는 업무집중 타임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아침 9시에서 12시까지 오로지 업무에만 집중하는 제도였다.

그런 기업 문화에는 이유가 있었다. 넷마블은 PC방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방준혁 의장이 PC방에서 직원과 함께 창업한 회사였기 때문에 일사불란한 조직문화가 필요했다. 뛰어난 경쟁자 사이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빠르고 정확한 비즈니스 전개가 필요했다. 넷마블은 그렇게 살아남았다.

얼마 뒤면 넷마블 그룹은 국내 시가총액 1위 게임사가 된다. 업계 1위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과 의무도 커지는 법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
위정현 중앙대 교수

그동안 엔씨소프트나 넥슨 같은 1위 기업 뒤에서 피해갈 수 있었던 이슈를 이제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넷마블은 이제 업계 리더로서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산업계 리더 역할이다. 넷마블은 기업을 넘어 산업을 보아야 한다. 그동안 넷마블은 먼저 나서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회사는 아니었다.

1위가 되어 버린 지금, 수동적 전략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규제 칼날이 게임업계를 위협할 때는 가장 먼저 넷마블을 겨냥할 것이다. 이제 넷마블은 산업 리더로서 전면에 나와야 한다.

둘째, 혁신 기업으로 재탄생이다. 넷마블이 모바일 게임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데에는 다른 게임사의 태만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 대형 게임사가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게임 전환에 늦었을 때 넷마블은 '퍼스트무버'로서 시장에 진입해 독점적 지배력을 구축했다.

한국 1위이자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된 지금 넷마블은 새로운 산업 흐름을 주도하는 혁신적 기업이 되어야 한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플랫폼을 넘어 과감한 혁신을 이끌길 바란다.

셋째, 창조적이고 건강한 조직문화다. 우버는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최근 우버는 월가의 이전투구식 윤리를 연상케 하는 조직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우버의 경쟁적 기업 문화는 '톡식 컬처(Toxic Culture, 유독한 문화)'라고까지 비난 받는다. 넷마블은 우버와 같은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넷마블은 최근 혹사 논란을 겪으며 야근금지 등 근무환경을 전향적으로 개선하는 데 나섰다. 좋은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여겨야 한다. 추격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이 있다. 넷마블이 게임산업의 진짜 등대가 되길 기대해본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 jhwi@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