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전기차 시장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개발과 생산이 용이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까지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또 배터리뿐만 아니라 관련 부품 산업도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제조·생산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출 신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가솔린·디젤 엔진이 주동력인 내연기관차는 약 3만개 부품이 복잡한 구조로 완성되는 반면에 전기차는 이보다 간단한 구조의 전기를 동력으로 해 부품 수가 내연차 대비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배터리·구동장치 등 모듈 단위 생산까지 가능하다. 따라서 제품 신뢰성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 확보가 글로벌 시장을 좌우할 핵심으로 꼽힌다.
박철완 박사(전 자부연 전지연구센터장)는 “우리나라는 전기차 배터리와 파워트레인 등은 이미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 강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제조 혁신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독일 BMW는 이미 전기차 생산라인에 전기모터의 구리선 감는 작업까지 로봇을 투입해 제품 신뢰성을 높이는 고정밀 생산체계를 갖췄다”고 덧붙였다.
이에 우리나라도 배터리나 파워트레인 등 표준화·규격화된 부품과 전장 분야를 중심으로 단순 원가 경쟁력을 넘어 제품 신뢰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생산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생산방식도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맞춤형 생산체계로 전환하고 부품 시장은 단순 제품에서 모듈 시스템으로 확대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와 함께 전장·부품부터 완성차 제작 기술까지 확보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계열사까지 갖춘 삼성·LG그룹을 주축으로 한 상생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김철수 호남대 교수는 “LG는 기존 전장 부품 사업뿐만 아니라 배터리 등 완성 전기차까지 생산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를, 삼성은 배터리 등 전기차 부품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이들 기술과 융합한다면 대기업뿐 아니라 우리 중소·중견기업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 경쟁력은 세계 선두권 수준이다. LG화학과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처는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LG전자·LG이노텍 등의 차량용 반도체나 전기모터 등이 글로벌 업체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또 중소기업이 만든 전기차 파워트레인과 전기차 릴레이, 에어컨·히터 등 고효율 공조장치가 BMW와 폭스바겐, 테슬라 등에 널리 공급되고 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