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와 초고속 열차를 만들고 화성을 식민지화하는 것만으로는 그의 야심을 채울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새로운 야심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 양산, 우주여행, 화성 식민지 개척 등 실험적 프로젝트로 주목받아온 머스크가 인간 뇌와 컴퓨터의 결합이라는 새 도전과제를 제시했다. 컴퓨터와 인간 뇌를 결합해 사람이 기계를 따라 잡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가 뇌연구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에 법인 등록했으며 분야는 '의학연구(medical research)'로 기재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뉴럴링크는 머스크가 '신경 레이스(neural lace)'라고 부르는 기술을 개발한다. 생각을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작은 전극을 뇌에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머스크는 이 회사를 설립하는 데 적극 참여했으며 중요한 리더십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창업팀 일원으로 알려진 맥스 호닥(Max Hodak)은 회사 존재와 머스크 참여를 인정했다. 그는 이 회사를 아직 '배아' 단계로 묘사했으며 계획은 여전히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호닥은 인터넷을 통해 접근 가능한 로봇 실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인 트랜스크립틱(Transcriptic) 창업자이기도하다.
머스크는 그동안 인공지능(AI)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지난해 6월 “현재 AI 발전 속도를 감안한다면 인류는 AI에 아주 크게 뒤처지게 될 것”이라면서 “인간은 판단 결정권을 AI에 빼앗길 것이고, 결국은 애완 고양이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전제로 그가 제안한 것이 바로 '피질 직결 인터페이스(direct cortical interface)'다. 컴퓨터와 두뇌를 연결함으로써 인간이 더 높은 수준의 기능에 도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인간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속도로는 AI의 빛처럼 빠른 정보 처리 속도를 당해낼 수 없기 때문에 아예 뇌를 컴퓨터화해 AI와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뉴럴링크는 이미 학계 전문가를 여럿 영입했다. 로렌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박막전극 전문가인 바네사 톨로사(Vanessa Tolosa), 뇌가 사람 움직임을 어떻게 제어하는지를 연구하는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교수 필립 사브스(Philip Sabes), 새의 뇌에 전극을 넣어 어떻게 지저귀는지를 연구하는 보스턴대학 티모시 가드너(Timothy Gardner) 교수 등이 참여했다.
뉴럴링크의 첫 제품은 뇌전증과 우울증 등을 치료할 수 있는 뇌 삽입형 전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전극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만약 기술의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되고 정부 승인을 받는다면 장차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뇌성형수술'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 등을 세워 실험적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또 진공 튜브 속에서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열차인 하이퍼루프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20년 안에 화성에 8만명 규모 돔형 식민지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