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계연구원이 중소기업 지제이엠(대표 이문용)과 공동으로 종이처럼 부드럽게 휘어지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만들 수 있는 '300㎜급 롤투롤(Roll-to-Roll)' 생산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천홍)은 권신 인쇄전자연구실 선임연구원팀이 지제이엠과 함께 진공 상태의 챔버에서 롤 형태로 감겨 있는 필름을 흐르게 한 뒤 그 위에 원하는 유기층과 무기층을 연속 증착시키는 '다층 증착' 공정으로 OLED를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롤투롤 방식을 공정에 적용, 유리 부착·분리 공정을 생략했다. '롤'만 고정 상태로 유지하면 별도의 고정물 없이도 필름 증착 공정을 진행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제작 시간과 설비 공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도 플렉시블 OLED를 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OLED 생산 공정을 하나의 기기로 구현할 수 있다. 하나의 챔버 안에서 필름을 풀어 내 순차적으로 총 일곱 차례의 '다중 증착' 공정을 가한다.
지금까지 플렉시블 OLED 디스플레이를 만들려면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했다. 기존 설비는 선 공정 챔버에서 유리·필름 결합체에 OLED 발광층을 증착하고 또 다른 챔버로 옮겨 전극층을 증착했다. 각각의 공정에 챔버, 증착 설비가 따로 필요했다.
연구팀은 공정·라인 단순화로 플렉시블 OLED 설비 비용을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활용한 제품 양산은 1~2년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적색, 녹색, 파란색의 개별 화소층을 분리·구현하는 기술도 추가 적용할 방침이다. 화소층을 분리하면 OLED 해상도를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일본 코니카미놀타사도 롤투롤 방식을 플렉시블 OLED 공정에 적용했지만 화소층을 분리하지는 못하고 있다.
권신 선임연구원은 “롤투롤 증착 장비를 이용하면 플렉시블 OLED를 간단 공정으로 연속 생성할 수 있다”면서 “정체된 국내 디스플레이 분야의 연구개발(R&D)에 원동력을 더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