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혈압· 체중까지 재는 소프트 로봇피부 개발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촉각원리를 직접적으로 구현해 소리부터 혈압, 일반 터치, 물체의 하중을 인지할 수 있는 초고감도, 초저전력, 고신축성 전자피부 모식도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촉각원리를 직접적으로 구현해 소리부터 혈압, 일반 터치, 물체의 하중을 인지할 수 있는 초고감도, 초저전력, 고신축성 전자피부 모식도

국내 연구진이 인간의 피부를 뛰어 넘는 '초고감도, 초저전력, 고신축성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김도환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와 정희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포유류 피부의 촉각세포가 외부압력을 감지하는 원리를 모방해 구현한 '점-유탄성 고분자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점-유탄성은 탄성과 점성을 동시에 가진 구조체 안에 유체가 점성을 갖고 흐르는 성질이다.

신소재를 이용한 전자피부는 소리부터 혈압, 다양한 물체 하중까지 정확하게 감별할 수 있다. 인간 피부를 뛰어 넘어 기존 기술과 구분된다.

인간 피부는 수 킬로파스칼(㎪)에서 메가파스칼(㎫) 압력까지 인지한다. 기존 전자피부는 1㎪ 미만 특정 압력 범위에서만 민감하게 반응 하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자피부는 2014년도에 규명된 '점-유탄성'을 이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인간 피부가 소리부터 혈압, 물체 하중에도 점-유탄성이 유효하게 변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화학적으로 하드 블록과 소프트 블록으로 구성된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고분자를 설계했다. 이온성 액체와 혼합해 고투명, 점-유탄성 고분자 박막을 제조했다. 이를 기반으로 마이크로크기 패턴 구조가 있는 패치형 압전전기용량방식의 전기이중층(EDL) 소자를 만들었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 피부의 외부압력 센싱과정(상)과 개발된 생체 모사형 전자피부의 촉각센싱과정(하)을 나타내는 모식도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 피부의 외부압력 센싱과정(상)과 개발된 생체 모사형 전자피부의 촉각센싱과정(하)을 나타내는 모식도

이 소자는 휘어지고 늘어나는 피부로서 특성을 갖는다. 기존 압력센서 기반 전자피부와는 달리 하나의 소자가 초저전력(1㎷)으로 구동되고, 넓은 압력범위 자극을 정확하게 분별 가능하다.

김도환 숭실대 교수는 “기존 기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규 소재설계 해법을 촉각세포의 압력감지원리에 체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크다”면서 “차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용 터치스크린뿐만 아니라 인간 촉각능력 이상을 요구하는 생체진단·치료와 수술용 소프트 로봇 같은 다양한 인간-로봇-환경 촉각인터페이스가 절실히 요구되는 보건, 의료, 헬스케어시스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재료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30호 표지논문으로 4일 게재된다. 연구팀은 관련 기술로 1건의 국내 특허와 3건의 해외 특허를 출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