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중소기업이 만든 전기자동차 충전기가 차세대 국제표준 규격 관련 호환성을 입증 받았다. 충전기 국제입찰 자격도 획득했다. 세계 충전기(급속)시장 점유율 두 자릿수를 향한 도전이 시작됐다.
주인공은 시그넷시스템으로부터 최근 인력 분할한 시그넷이브이(대표 황호철)다. 지난달 30일 일본 미에현 이세시에서 열린 '차데모(CHAdeMO) 1.2버전 기술 전시회'에 참가해 고출력 차세대 급속충전 기술을 공개했다. 차데모는 세계 충전 시장의 절반을 점유한 국제표준이다. 이번 전시회엔 토요타·닛산·혼다 등 일본 기업과 폭스바겐·BMW·테슬라 등 글로벌 전기차 제작사 대부분이 참여했다.
'차데모1.2'는 급속 충전 출력량을 기존의 50㎾에서 150㎾ 이상으로 늘리면서 하나의 충전기로 전기차 두 대를 동시에 충전하는 차세대 기술 규격이다. 전시회에서 고용량(60㎾h) 배터리를 장착한 닛산 신형 '리프(Leaf)'를 비롯해 자동차 제작사별 유력 전기차와 충전기 간 연동 테스트가 이뤄졌다. 여기서 일본·대만 업체를 제치고 시그넷이브이만 모든 자동차 제작사 차량과 고출력 공유 기술 호환에 성공했다. 출력량이 두 배 이상 늘었음에도 프로토콜 호환과 안정적 충전 성능, 부품 안전성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시그넷이브이는 이에 앞서 글로벌 자동차업체가 2조3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전역 500곳에 충전기를 구축하는 인프라 사업 입찰 자격도 획득했다. 시그넷이브이를 포함해 BTC파워 등 3~4곳에 불과하다. 시그넷이브이는 자동차 업체로부터 충전 성능은 물론 안정적인 제품 공급과 유지보수 등 사후관리(AS)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그넷이브이 핵심 기술은 고주파 스위칭 알고리즘을 적용해 병렬 연결이 가능한 모듈 형태 충전기다. 출력 안정성은 물론 적용 분야별 자유로운 제품 확장과 신속한 유지보수가 강점이다. 양산형은 경쟁 제품에 비해 30% 저렴하고 크기도 작다.
황호철 시그넷이브이 사장은 “일본 마루베니상사와 공조해 닛산USA, 기아차(유럽) 등에 대규모 충전기를 공급하는 등 올해 1500기 이상 충전기를 국내외에 공급할 계획”이라면서 “BMW,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와 이미 매칭 테스트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시그넷이브이 개요>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