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로봇공학자' 데니스홍 UCLA 기계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려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명칭에 얽매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인공지능(AI), 로봇 등에 지나친 환상을 깨야 정확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데니스 홍 교수는 '2017 서울모터쇼 국제컨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전자신문과 만나 “국내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법'처럼 여기지만, 지나친 환상을 가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가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과 독일에서 말하는 '인더스트리 4.0'에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미래 산업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지만,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미래사회를 구성하는 기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즉 4차 산업혁명은 ICT 기술이 발전하면서 파생되는 산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국내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명칭이 주는 틀에 얽매여 정책 결정자가 엉뚱한 정책을 내놓거나, 주입식 교육으로 코딩을 가르치는 등 선제조건이 돼야하는 창의성이 결여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AI, 로봇,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에 대한 지나친 환상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냉정하게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진 AI나 로봇, 자율주행차 등이 할 수 있는 게 어떤 것이고 할 수 없는 게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구분하고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AI와 로봇이 다르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는 ICT, 전자 등 소프트웨어(SW) 개념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빨리 발전한다. 반면 로봇은 기계적인 하드웨어(HW)다. 물리적 법칙을 적용받기 때문에 발전 속도에 한계가 있다. 3년 전 스마트폰과 지금은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자동차는 본질적인 기능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홍 교수는 웨어러블 로봇이 빠른 시일 내에 로봇을 일상으로 들여오는 똑똑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AI가 두뇌 역할을 해야 하고, 기계적인 발전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 반면 웨어러블은 사람이 판단하고,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부분만 로봇이 한다. 이런 기술이 발전해서 궁극적으로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로 발전하게 된다.
홍 교수는 사람이 행복해지고, 도울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무인자동차 대회 'DARPA URBAN CHALLENGE'에서 3등으로 입상하면서 유명해졌다. 이후 2011년 무인차 기술을 활용한 시각장애인 자동차도 개발했다. 버지니아공대에서 로봇연구소 '로멜라(RoMeLa)' 소장을 맡으면서 화재진압용 로봇, 재난구조 로봇도 개발했다.
홍 교수는 “시각 장애인 자동차 개발에 성공하면서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지금까지 진행한 로봇 연구나 현대자동차와 시각장애인 어린이를 위한 자동차 '차카차카'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사람을 위한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