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장미대선에 뛰어들었다. 벌써 세 번째 대권 도전이다. 완주 의지는 결연하다. 심 대표는 저성장과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벌 주도의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압축 성장 그림자를 걷어 내기 위해선 불평등 해소, 재벌 체제 개혁, 가계 부채 해소를 3대 과제로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선 제조업 중심의 패러다임을 첨단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가 주도 연구개발(R&D)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율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심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담=이진호 산업경제부장

-19대 대선에 출마했다. 세 번째 출마로 대통령 선거 완주를 목표로 했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대통령 후보에 출마한 것은 정권을 잡아 혁명을 이루기 위함이다. 촛불 시민은 60년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건 현상 유지 정치로는 가능하지 않다. 진짜 정치 혁명이 있어야 가능하다. 촛불 시민들의 뜻을 제대로 받아낼 후보로는 심상정밖에 없다. 지금까지 큰 정당들이 경선 이벤트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제 각 당의 후보가 정해졌으니 인지도별로 차별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대전환기에 필요한 과감한 개혁 리더십을 가진 심상정에게 주목해 줄 것이라 믿는다.
-지방 분권, 지방 균형 발전을 바라보는 견해는 어떤가.
▲올해는 지방 자치가 부활한 지 22년째 되는 해다. 하지만 성년을 맞이한 한국 지방 자치는 주민이 아니라 관료가 주도한다. 민주성이 아니라 효율성이 중심이 된 반쪽짜리 단체 자치에 머물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지방 자치에 대한 간섭과 통제가 오히려 강화됐다. 지방 재정 압박이 가중되면서 지방 자치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중앙 집권과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 지속 가능한 성장 걸림돌이 되고 만 '지역 불평등'을 해결하지 않고는 한국 경제의 재도약은 불가능하다. 정의당은 중앙에 집중된 권력은 지방과 나누고, 수도권에 집중된 부와 자원을 비수도권으로 분산시켜서 지역을 주민에게 돌려줄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현재와 같은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관계에서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로 바꾸겠다.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여소야대를 피할 수 없다. 국회와 소통, 국민과 소통 문제를 어떻게 해 나갈 생각인가.
▲연합정치와 연립정부는 5당 체제 아래에서 필수 조건이 됐다. 개혁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야당이 힘을 쏟아야 한다. 국민 의견을 국회에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선 선거제도 개혁은 필수다. 민심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선거 제도, 비례대표제로 개혁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누가 소통을 얘기하든 말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중요성에 걸맞은 개헌 프로세스가 있어야 된다”고 얘기했다. 심 후보가 개헌에 대해 갖는 입장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개헌은 어차피 국민 공감이 있어야 한다. 대선 뒤에 이르면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에게 최종 의사를 묻는 순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개인적으로 의회중심제가 국민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제도라고 본다. 국회가 먼저 선거제도 변화를 통해 민의를 제대로 담을 수 있는 국회를 만들면 국민들의 생각도 달라지지 않겠나. 선거제도 개혁을 확실하게 한다면 권력 구조에 대해 우리 당은 타협의 여지가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로 한·중, 한·미 간 외교 문제가 쟁점이다. 일본과 소녀상 문제로 마찰이 일고 있다. 집권한다면 이들 문제는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
▲국가와 국민 생존의 문제는 어느 나라와도 협상 대상이 아니다. 자존 문제다. 중·장기적으로 한반도에서 냉전을 해체하고 전쟁 위험을 제거하는 '3대 평화 기본 조약'으로 항구적 평화 체제를 달성하겠다. 우선 '남·북한 평화 기본 조약'으로 한반도에서 상호 불가침 및 군사적 신뢰를 회복하고,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겠다. 또 동북아 평화 조약으로 범지역적 안보 현안을 공동으로 해결하는 지역안보협력 상설 기구를 만들겠다. 일명 동북아판 헬싱키 조약 체제인 다자협력기구 구성을 통해 6자 회담 당사국이 동북아에서 위기를 관리하고 군비를 통제함으로써 지역 안정을 도모하는 협력 안보의 틀을 만들겠다. 마지막으로 남·북과 미·중의 4자 평화 조약으로 한반도에서 사실상 평화 공존, 상호우호 관계를 이루겠다. 동북아 세력 균형을 존중하고 각 국가의 정통성이 보장되는 배려와 존중의 평화 질서를 우리 주도로 만들고 싶다.
-당선되면 국무총리 후보와 국방장관 후보는 누가 적임자라고 생각하는가.
▲연립정부를 구성해서 총리는 두 야당에 양보하겠다. 국방장관은 김종대 의원이 최초의 민간 출신 국방장관으로서 누구보다 잘해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 사회, 국방, 외교 등 모든 면에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경제는 저성장의 골이 깊어 가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등 대내외 위험까지 맞물려 있는 등 '사면초가' 상태다. 여기저기 심각한 구멍이 생겼다. 현 대한민국 경제 상황 진단과 함께 집권 시 우선적으로 메워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압축 성장의 그림자를 걷어 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수출 절벽에 이어 고용·인구·부채 절벽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출하려면 지금까지 해 온 재벌 주도의 경제 탈피가 급선무다. 불평등 해소, 재벌 체제 개혁(경제민주화), 가계 부채 해소 3대 과제가 핵심이다.
-트럼프의 미국 보호무역주의로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등 트럼프발 무역 분쟁 확산 조짐이 일고 있다. 대응책이 있다면.
▲정말 어려운 문제다. 지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4·25조는 당사자 국가에서 협정 종료를 통보하면 180일 이내에 종료하게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을 요구해 올 것으로 본다.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금융이나 금융서비스, 농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할 것이다. 그런데 이건 서로 주고받을 게 분명히 있기 때문에 정부도 확실하게 목록을 작성하는 등 교섭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계속 고집하면 단호하게 비토할 수도 있어야 한다.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재벌 개혁 요구가 국민 사이에 넓게 퍼져 있다. 심 후보가 생각하는 한국 재벌 개혁 방안은 무엇인가.
▲나의 정치 인생은 한마디로 재벌과 맞서 온 과정이다. 재벌 3세 경영을 근절하겠다는 얘기를 가장 앞세우는 이유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대통령 후보가 재벌 개혁 공약을 많이 발표하는데 대부분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라 국회에서 입법할 사안이다. 대통령이 진짜 해야 할 일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재벌 뒷배 안 봐 주겠다' '재벌의 탈법·불법 용납하지 않겠다'라는 이런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다.
-후보의 대표 공약은 '월급 300만원'이다. 임기 안에 300만원 시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우리나라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경제 성장을 위해 국민 월급을 올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2000만 노동자(취업자)의 평균 월급 230만원(2015년 기준) 수준에서 대략 월급 63만원을 더 올리겠다는 것이다. 평균 이하 저임금 노동자는 연평균 14%, 평균 이상은 연평균 4.4% 월급 인상으로 저임금과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겠다. 평균 월급 300만원 시대는 실현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절실한 만큼 정치권의 의지가 실려야 한다. 정부 정책의 우선 순위를 조정하면 해결할 수 있다. 재벌 프렌들리가 아니라 노동 프렌들리 정부를 세우면 이룰 수 있는 변화다.

-취업난도 심각하다.
▲취업 절벽은 긴급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2년 전부터 청년고용 특별법을 빨리 제정해서 3년가량 공기업·대기업의 고용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재계의 입김 때문에 처리가 안 되고 있다. 청년실업을 해소하자고 모든 정당이 외치지만 아무 조치도 없는 상황이 됐다. 일자리 문제는 종합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림 없는 중장기 산업 정책을 바탕으로 국가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 정책은 부처 간 주도권 경쟁과 칸막이, 소통 부재로 중장기 전략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차기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과 산업 구조 재편, 신산업 육성 등을 아우르는 중장기 산업 정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한다고 보는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경로와 활로를 여는 신경제 4대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 제조업 첨단화와 서비스화, 중소기업 클러스터와 사회 경제 구축, 신평화 경제 구상이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업 중심을 첨단화하고 서비스화해 제조업을 창의 집약형 산업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근래에 산업 구조조정을 보면 산업은 없고 전부 재무 관점에서 국민 세금을 쓰는 일만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절대 비중으로 R&D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데도 성과는 미비하다. 신기술 확보에서 뒤처지고, 노벨상 수상 전망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결책으로는 무엇이 있겠는가.
▲R&D 투자의 파괴적 혁신과 출연연 및 현장 과학기술인들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민간 중심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출범하고, 민간위원 구성에 과학기술연구자·대학원생·노조 대표 등 현장 과학기술인의 참여를 대폭 확대할 것이다. 과학기술 출연연별 노동이사 또한 1명을 의무적으로 두겠다. 기초·원천연구 비중을 45%, 상향식 연구 비중을 40%로 각각 확대하고 연구직 종사자 인건비를 100% 보장할 것이다. 다음으로 비정규직·여성과학기술인 처우를 개선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여성과학기술인 육아 휴직 후 최대 5년 재택근무제 및 경력단절 여성과학인재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대학강연·일자리 연계 사업, 출연연 정규직 전환율을 85%로 높이겠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도 해소하겠다.

-마지막으로 유권자, 전자신문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권 교체는 이미 시민이 다 해 놓았다. 과거에는 심상정한테 지지율이 많이 나오면 정권 교체에 지장이 될까 봐 심상정을 믿고 또 정의당을 지지하고 싶은 유권자조차 억눌림을 느꼈다. 그런데 이제 민주화 이후 30년 동안 지속돼 온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과거가 됐다. 촛불 시민들이 수구 세력을 퇴출시켰기 때문에 이제는 억눌림 당할 이유가 없다. 이제는 대한민국 미래를 놓고 과감한 개혁 리더십을 선택하는데 주저할 이유도 없다. 심상정을 과감하게 믿어 주길 바란다.
정리=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