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펌의 낸시 슈럼은 직장동료가 아이폰을 서브웨이 샌드위치 가게 신용카드결제단말기 위에 대는 것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녀는 “나도 아이폰을 갖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할까 하는 의구심과 보안 우려 때문에 애플페이를 쓰는 것이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소비자의 경계심, 가맹점 유치 차질, 애플의 소극적 마케팅 등이 어우러져 애플페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2년 전 애플페이를 도입했을 때 결제 과정을 줄이고 신용카드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애플페이 확산속도는 지지부진하다.
애플 전문가인 진 뮌스터 루프벤처스 파트너는 “당시 제시됐던 보수적인 전망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기관에 따르면 6억800만 아이폰 사용자의 약 13%만 애플페이를 설치했다.
이용자가 애플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이미지를 스캔해 아이폰 전자지갑에 저장해야 한다. 결제하기 위해서는 NFC방식 비접촉 단말기에 대야 한다. 또 부정결제를 막기 위해 지문인식도 필요하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런 서비스에 민감하다. 기술조사기관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 조사에 따르면 약 40% 사람들이 자신의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것에 우려감을 갖고 있다. 또 60%가량은 비접촉 결제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 유치도 지지부진하다. 닐슨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점포의 약 3분의 1만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브래든 모어 웰스파고 협력담당 임원은 “애플페이가 확산되려면 어느 가맹점에서나 애플페이로 결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마트나 크로거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도 기술적 문제로 아직 애플페이를 도입하지 않았다. 도입한 유통업체도 계산원이 애플페이에 익숙하지 않아 애로를 겪고 있다. 고객이 오히려 계산원에게 결제방법을 알려줘야 할 정도라고 WSJ은 지적했다.
제니퍼 베일리 애플페이 담당 부사장은 가맹점과 계산원에게 애플페이 결제방법을 가르쳐주는 조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스트바이, 콜스, 스타벅스 등 미 100대 점포의 절반 이상이 애플페이를 도입했다고 주장한다.
진 뮌스터는 지난해 애플페이 거래액이 360억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애플페이가 출범할 당시 그가 2016년까지 207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금액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애플은 애플페이 거래건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애플페이 사용자수가 지난해 3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거래량은 6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 조사기관은 애플페이가 지난해 3000만달러 매출액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총 243억5000만달러를 기록한 애플페이, 앱스토어, 아이튠스 등 애플 서비스부문 매출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애플페이 매출은 거래 시 청구하는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신용카드 결제액의 0.15%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직불카드는 건당 0.5센트를 받는다. 애플은 2021년까지 서비스부문 매출을 두 배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에디 큐 애플 인터넷소프트웨어서비스 담당 수석 부사장은 “애플페이가 다른 어떤 결제시스템보다 빨리 채택되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현금, 직불카드, 신용카드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WSJ은 애플페이 경쟁 결제서비스는 순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페이는 기존 신용카드 단말기를 그대로 쓸 수 있어 애플페이에 비해 널리 확산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페이도 늦게 출범했지만 애플페이와 비슷한 가맹점을 확보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