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1회 충전 주행 거리를 대폭 늘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 전용 플랫폼을 2021년까지 개발한다. 이 플랫폼은 오직 전기차만을 위한 것으로, 같은 배터리 용량을 사용해도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도록 연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1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차세대 전기차에 적용한다.
플랫폼은 파워트레인,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 핵심 요소의 조합을 말한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를 28종 이상 출시할 예정이다. 이들 대부분은 내연기관 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다른 친환경차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하이브리드 차 니로는 내년까지 전기차·플러그인 라인업으로 늘어난다. 연내 출시할 소형 SUV도 1회 충전으로 3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로 나온다. '코나EV' '스토닉EV' 등이다.

2021년부터는 전기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적용, 전기차 주행 성능을 대폭 개선시킨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아이오닉'을 통해 친환경차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에는 친환경차 세계 시장 3위권에 진입했다.
플랫폼 전략으로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에 성공한 현대차는 앞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에 대비,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현대차가 개발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B세그먼트(소형), C세그먼트(준중형) 차량에 맞게 개발된다. 1회 충전으로 3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 시스템을 기본 탑재한다. 배터리 용량에 따라 400㎞ 이상 주행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해당 플랫폼을 기아차와도 공유해 세단, 해치백, SUV 등 다양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무게, 구조 등을 전기차 특성에 맞게 개발해 주행 거리,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한 업체들은 주행 거리와 성능을 크게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한 곳은 BMW,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재규어 등이다.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볼트(Bolt)'는 1회 충전으로 383㎞ 주행이 가능하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개선하고 최적 연비 구간을 알려주는 '에코 라우트(Eco Route)'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SW) 개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아이오니 일렉트릭'은 미국 연비 시험에서 136MPGe를 기록, 미국에서 가장 연비가 좋은 전기차로 선정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3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가 많아지면서 장거리 전기차 개발을 위해 전용 플랫폼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현재 개발하고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신소재를 적용해 무게를 감량하고, 배터리 효율성을 최적화할 수 있는 구조로 제작돼 경쟁 차량보다 적은 에너지로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